로마제국과 중국의 역대 왕조가 그랬듯이 기업도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화려한 번영 뒤에는 초라한 몰락이 뒤따른다.

한때 '전자왕국'의 신화를 써내려갔던 일본 소니가 지금처럼 쇠락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많은 기업의 관심사는 '100년을 이어갈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영속 성장의 키워드를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 기업의 운명이자 숙명인 셈이다.

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변화가 광속도로 진행되는 오늘날엔 더욱 그렇다.

글로벌 기업마다 디자인,브랜드,기술력,품질,마케팅,인재 확보 등에 매진하는 것도 바로 지속 성장의 키워드를 찾는 노력인 것이다.

문제는 어떤 경영전략이 성장의 키워드인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

하지만 이른바 '잘 나가는' 기업의 특징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바로 '품질'이다.

독일의 세탁기 업체인 '밀레'는 국내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선 '가전업계의 BMW'로 통한다.

이 회사의 세탁기는 잔고장이 없고 한번 구입하면 20년은 거뜬히 쓸 수 있는 '품질'이 보증된다.

이 같은 기술력은 무려 108년간 세탁기에만 투자한 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럽 주부들이 밀레 제품을 믿고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 제과회사인 '나카무라야'는 빵과 과자만 파는데도 연 매출이 4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로 106년째 제과업종에만 매진한 이 회사의 경쟁력 역시 '고객이 믿고 살 수 있는 품질'에 있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을 수 있다.

30년간 밥솥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 끝에 국내 밥솥시장을 평정한 쿠쿠홈시스 같은 회사가 그렇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최근 선정한 '2007 한국의 경영대상-경영품질대상' 수상 업체들의 면면은 이처럼 '품질경영'이 기업의 영속성을 좌우하는 기본이란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영품질대상'은 기업경영의 핵심 가치를 품질경쟁력 강화에 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경영자원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 기업에 주어지는 상이다.

올해는 △종합대상-한국철도공사,현대모비스,한국철도시설공단,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파리크라상 △부문대상 품질경영부문-동부화재해상보험,오미아코리아 △부문대상 6시그마경영부문-비씨카드 등 총 8개 기업 및 기관이 선정됐다.

KMAC가 분석한 올해 수상 업체들의 특징은 세 가지.첫째 수상 업체들은 경영환경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시장의 변화에 맞춰 최적의 품질을 실현하는 체제를 갖췄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부품 산업의 변화에 맞춰 주요 부품에 대한 품질경영시스템을 확충했다.

두번째 특징은 품질중시 경영을 기업문화로 정착시켰다는 것.특히 과거의 품질 개념이 '규격에 맞느냐'를 따졌다면 최근에는 '고객의 요구에 맞느냐'란 관점에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세번째 특징으로 수상 업체들은 경영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혁신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파리크라상의 경우 전국의 가맹점을 관리하기 위해 '파리클럽''기동 지도반' 등을 운영하며 현장의 품질관리를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KMAC 관계자는 "이 같은 수상 업체들의 특징에서 알 수 있듯이 차별화된 품질경영을 위해선 품질혁신에 대한 기업 CEO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 시장 변화와 고객의 가치 변화를 담는 제품·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6시그마 등 사내 혁신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