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루의 돌기둥 몇 개와 건물의 주춧돌,3층석탑과 대웅전 터 앞의 보리수 두 그루만 남아있던 폐사지가 장엄했던 고찰의 옛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 13일 남북 불교계가 공동으로 복원불사 준공식을 가진 금강산 신계사다.

신라 법흥왕 6년(519년) 보운조사가 창건한 신계사는 장안사·유점사·표훈사와 함께 금강산 4대 명찰로 손꼽히던 외금강 초입의 고찰.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미군의 폭격으로 완전 소실됐다가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서 복원이 추진돼왔다.

6·15공동선언 이후 복원사업 논의를 본격화한 남북 양측은 남북공동 발굴조사 결과와 일제 때 만들어진 '조선고적도보' 등에 실린 사진과 자료 등을 토대로 대웅전·만세루·극락전·축성전·칠성각·종각·나한전·어실각·산신각·요사채 등 모두 14개 동의 전각을 복원하고 주변을 정비했다.

2004년 4월 복원공사 기공식을 가진 지 3년6개월 만이다.


이날 낙성식에서 조계총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신계사 복원불사는 남북 불자들의 마음과 땀이 어우러지고 남북의 목재·물·돌·흙이 하나로 모여 우리 민족의 소중한 성지로 새롭게 태어나게 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또 북측의 유영선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장은 "북과 남이 힘을 합쳐 복원한 신계사는 우리 불교도들의 협력과 연대의 상징이자 통일기원의 도량"이라며 "민족공조와 불심공조로 제2,제3의 통일불사로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낙성법회에는 남측의 스님과 신도 등 350여명이 참석했고,북측에서는 유영선 위원장을 비롯해 김석환 문화보존관리국장 등 3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신계사 복원은 금강산 관광과 함께 진행되면서 문화를 통한 남북화합과 교류협력의 상징적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북핵 문제 등에 따른 정세변화 속에서도 복원사업이 일관되게 진행됐고 발굴에서 복원까지 인적 교류는 물론 문화·학술분야까지 폭넓게 교류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신계사에 운영 방안과 다른 불교유적의 복원사업 추진이다.

신계사 운영에 대해 남측은 "남북측 스님 20명씩이 신계사에 함께 살면서 수행하도록 하자"고 제의해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나 결론이 쉽사리 나지 않을 전망이다.

장안사와 마하연 등의 복원도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만 제정 스님은 "백화암터 부도군(群)과 상륜부가 깨진 서산대사비,표훈사 등 보수가 시급한 내금강 불교유적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강산=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