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요…."

해운물류 중개회사인 필오션라인 이태연 대표(44)는 아침마다 시를 배달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하다.

벌써 10년째다.

이 대표의 서울 순화동 사무실 책장의 절반쯤은 시집으로 채워져 있다.

이른 아침 출근하자마자 좋은 시부터 한 편 골라 '이태연의 시 한 톨'이란 타이틀로 지인들에게 보낸 후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주로 사업하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보내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오늘의 시'를 올린다.

이 대표가 이메일로 시를 보내기 시작한 때는 1997년.'고도원의 아침편지'보다 앞서 시작됐다.

그저 시가 좋아 몇몇 지인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1000명이 넘는다.

이 대표가 보내는 시 중에는 자신이 직접 지은 시들도 있다.

이를 위해 시를 쓰느라 밤샘하는 날도 많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업하기도 바쁠 텐데 시를 쓸 정신적 여유가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예상 밖이다.

"시를 쓰는 게 유일한 취미라서 그런지 밤을 새워도 정신이 아주 맑아집니다."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건 2004년부터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아픈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어 '사모곡'으로 탈출구를 찾았다.

이렇게 쓰기 시작한 시들을 모아 '아름다운 여행''그리움'이란 두권의 시집도 펴 냈다.

"신변잡기 위주로 쓰기 때문에 문학적 깊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기업 이미지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겸손하게 말하는 이 대표의 시 중에는 독특한 발상이 담긴 작품이 많다.

예를 들어 '세상 살면서 우리는/그놈의 정 때문에/얼마나 많은 일들을/그르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 (중략) … 다른 길로 돌아서 가고 싶어도/너무 많이 와 버려/돌이키기엔 그동안의/노력과 시간이 아까워/그냥 그렇게 자신을/방치하는 사람들… (이하 생략)'로 전개되는 '매몰 비용'이란 시는 삶을 경제 개념에 빗대 풀어냈다.

'경제학 원론'이란 제목의 시는 '이 세상에는 공것이 없다'라는 딱 한 줄로 표현했다.

이 대표는 한성대 무역학과와 한국외국어대 국제해운물류대학원 졸업 후 줄곧 해운 관련 회사에서 일하다 2000년 5월 필오션라인을 창업해 연매출 60억원 정도를 올리고 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