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미래다] (1) 골드만삭스, 부하직원 잘 길러내야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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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금융그룹인 UBS 한국지점의 김수미 이사는 얼마 전 홍콩에 다녀왔다. UBS 아시아 본부가 마련한 임직원 대상 '금융시장 교육(Financial Market Education)'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서다. 유럽계이면서도 월스트리트와 아시아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답게 사내교육도 '글로벌'하게 진행하는 게 UBS의 특징. 전 세계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데 아시아에서 일하는 직원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도쿄 같은 아시아 금융 중심지에서 함께 교육을 받는다. 미국에서 일하는 직원은 미국,유럽에서 일하는 직원은 유럽에서 강의를 듣는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국제적 안목을 기르는 것.
UBS는 이 같은 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내 전문가는 물론 전 세계 유명 대학의 교수나 금융 전문가를 외부 강사로 투입한다. 흥미로운 점은 외부 강사라고해서 한두 번 초청 강사로 참여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 UBS에 일정기간 정식으로 채용돼 UBS 전담강사로 활동하는 사실상 '사내강사'다. 김 이사는 "가령 환율 한 분야만 해도 전속 강사가 20명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강의 내용은 세세하면서도 실무적이다. 환율 강의의 경우 기술적 분석에서부터 헤징(위험회피),스폿트레이닝(단기거래) 등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다룬다. 김 이사는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기 개발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교육 횟수는 소속이나 업무에 따라 '연 몇 회'식으로 의무화돼 있다. 바쁠 땐 교육 일정을 연기할 수 있지만 의무 교육 횟수를 빼먹고 넘어갈 수는 없다. 승진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UBS에서 승진하려면 여기에서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러 일정한 점수를 넘겨야 한다.
한국 내에서도 수시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열린다. 어떻게 하면 컨퍼런스 콜을 잘 할 수 있는지 등 거창하지는 않지만 직장 생활을 하는데 필수적인 사안들이 주제로 오른다. 김 이사는 "이런 저런 교육을 받다보면 글로벌 투자은행의 힘은 이런데서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고 말했다.
사내교육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월가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예외가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리더십 평가 잣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골드만삭스에선 리더의 자질을 평가할 때 70%는 업무 성과를 보지만,나머지 30%는 부하 직원들을 얼마나 잘 길러냈는지를 따진다. 이를 위해 각 사업부문별로 '경력개발위원회'를 두고 직원들이 현 부서에서 충분한 업무 경험을 쌓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부하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처지면 승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리더가 부하 직원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부에선 골드만삭스가 신입직원을 채용할 때부터 이미 최고의 능력을 갖춘 인재만 골라 뽑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물론 골드만삭스는 하버드나 예일대 같은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명문대) 출신들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직원들의 면면을 보면 꼭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니다. 골드만삭스 뉴욕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A씨의 경우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텍사스크리스천대학 출신이지만 이 곳에서 애널리스트로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다.
김영생 한국직업능력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골드만삭스는 한두 명의 스타보다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문화"라며 "얼핏 평범해 보이는 직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핵심 인재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사내에 '여성 위원회''아시아인 위원회''게이&레즈비언 위원회' 등 다양한 위원회를 두고 직원들의 국적,성,인종,종교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도 골드만삭스식 사내교육의 특징이다. 블랭크 페인 회장이 "전 세계의 다양한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할 정도다.
메릴린치의 인재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메릴린치는 대규모 인턴십 과정을 통해 대학생 때부터 '메릴린치 맨'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매년 여름방학 때 500명가량의 대학생이 참여하는 10주간의 '하계 애널리스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처음 몇주간 기초적인 데이터 베이스 처리 능력을 가르친 뒤 현장에 보내 애널리스트나 매니저에게 실무를 배우도록 한다. 인턴십을 마친 대학생 중 75% 정도를 채용한다. 이는 메릴린치가 한 해에 뽑는 신입사원의 80%에 육박한다. 입사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입사 후 최소 5년간 투자상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이 과정을 이수한 뒤 전미증권업협회(NASD)와 메릴린치 자체의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펀드 판매나 자산관리 컨설팅에 나설 수 있다.
HR 전문가인 빅토리아 마식 컬럼비아대 교수는 "사람이 최대 자산인 금융업에선 인재의 능력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달라진다"며 "주어진 인적자원을 단순히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개발하는 것이 오늘의 월스트리트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뉴욕=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UBS는 이 같은 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내 전문가는 물론 전 세계 유명 대학의 교수나 금융 전문가를 외부 강사로 투입한다. 흥미로운 점은 외부 강사라고해서 한두 번 초청 강사로 참여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 UBS에 일정기간 정식으로 채용돼 UBS 전담강사로 활동하는 사실상 '사내강사'다. 김 이사는 "가령 환율 한 분야만 해도 전속 강사가 20명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강의 내용은 세세하면서도 실무적이다. 환율 강의의 경우 기술적 분석에서부터 헤징(위험회피),스폿트레이닝(단기거래) 등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다룬다. 김 이사는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기 개발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교육 횟수는 소속이나 업무에 따라 '연 몇 회'식으로 의무화돼 있다. 바쁠 땐 교육 일정을 연기할 수 있지만 의무 교육 횟수를 빼먹고 넘어갈 수는 없다. 승진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UBS에서 승진하려면 여기에서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러 일정한 점수를 넘겨야 한다.
한국 내에서도 수시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열린다. 어떻게 하면 컨퍼런스 콜을 잘 할 수 있는지 등 거창하지는 않지만 직장 생활을 하는데 필수적인 사안들이 주제로 오른다. 김 이사는 "이런 저런 교육을 받다보면 글로벌 투자은행의 힘은 이런데서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고 말했다.
사내교육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월가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예외가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리더십 평가 잣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골드만삭스에선 리더의 자질을 평가할 때 70%는 업무 성과를 보지만,나머지 30%는 부하 직원들을 얼마나 잘 길러냈는지를 따진다. 이를 위해 각 사업부문별로 '경력개발위원회'를 두고 직원들이 현 부서에서 충분한 업무 경험을 쌓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부하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처지면 승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리더가 부하 직원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부에선 골드만삭스가 신입직원을 채용할 때부터 이미 최고의 능력을 갖춘 인재만 골라 뽑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물론 골드만삭스는 하버드나 예일대 같은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명문대) 출신들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직원들의 면면을 보면 꼭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니다. 골드만삭스 뉴욕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A씨의 경우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텍사스크리스천대학 출신이지만 이 곳에서 애널리스트로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다.
김영생 한국직업능력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골드만삭스는 한두 명의 스타보다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문화"라며 "얼핏 평범해 보이는 직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핵심 인재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사내에 '여성 위원회''아시아인 위원회''게이&레즈비언 위원회' 등 다양한 위원회를 두고 직원들의 국적,성,인종,종교적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도 골드만삭스식 사내교육의 특징이다. 블랭크 페인 회장이 "전 세계의 다양한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할 정도다.
메릴린치의 인재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메릴린치는 대규모 인턴십 과정을 통해 대학생 때부터 '메릴린치 맨'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매년 여름방학 때 500명가량의 대학생이 참여하는 10주간의 '하계 애널리스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처음 몇주간 기초적인 데이터 베이스 처리 능력을 가르친 뒤 현장에 보내 애널리스트나 매니저에게 실무를 배우도록 한다. 인턴십을 마친 대학생 중 75% 정도를 채용한다. 이는 메릴린치가 한 해에 뽑는 신입사원의 80%에 육박한다. 입사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입사 후 최소 5년간 투자상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이 과정을 이수한 뒤 전미증권업협회(NASD)와 메릴린치 자체의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펀드 판매나 자산관리 컨설팅에 나설 수 있다.
HR 전문가인 빅토리아 마식 컬럼비아대 교수는 "사람이 최대 자산인 금융업에선 인재의 능력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달라진다"며 "주어진 인적자원을 단순히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개발하는 것이 오늘의 월스트리트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뉴욕=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