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는 드라마·연극으로,가수들은 뮤지컬로….'

스크린을 화려하게 누비던 은막 스타가 드라마·연극 무대로 자리를 옮기고 스테이지를 달구던 가수가 뮤지컬 무대로 자리를 옮기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 들어 흥행 부진으로 한국 영화 제작이 크게 위축되고 디지털 음원에 주도권을 빼앗긴 음반 시장의 불황까지 계속되면서 이 같은 장르 이동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충무로를 떠나 TV드라마나 연극 무대에 서는 스크린 스타들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요즘 최고의 화제 드라마인 MBC '태왕사신기'의 헤로인 문소리는 충무로의 대표 여배우다.

'태왕사신기'와 경쟁하고 있는 SBS '로비스트'의 장진영 역시 TV에서는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배우.강혜정·이정재·차태현·최지우 등 최근 TV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에 공연된 연극 '필로우맨'의 최민식과 '친정엄마'의 고두심 등은 은막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선 경우다.

인기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두산아트센터(옛 연강홀) 무대에 오른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최신 뮤지컬 '텔미 온 어 선데이'에서는 SES 출신의 가수 바다(최성희)가 주인공 '데니스'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이 작품에는 20여곡의 노래가 나와 가창력을 검증받은 가수 출신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시카고'에서는 핑클 출신의 옥주현이 '록시 하트' 역을 맡아 베테랑 배우인 최정원과 환상적인 하모니를 보여줬다.

지난 해 11월부터 대학로에서 장기 공연 중인 '뮤직 인 마이 하트'에서는 신화의 앤디가 출연해 관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 가수 왁스는 조만간 자신의 노래와 똑같은 제목의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에서 배우로 첫 신고식을 갖는다.

이종 장르 간의 이동은 스타와 기획·제작사,관객의 수요가 동시에 맞아떨어진 결과다.

가수를 뮤지컬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현상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를 필요로 하는 뮤지컬 업계와 음반시장 축소로 설 자리가 없어진 가수들의 이해 관계가 합치된 것.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팅을 해서라도 인기 가수들을 배역에 넣는 사례까지 나올 정도다.

영화에서 드라마·연극으로 이동하는 것은 배우들을 관리하는 연예기획사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사업 전략과도 연결된다.

한류 붐에 힘입어 수출시장이 더 큰 드라마 등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화계에서는 스타들의 장르 이동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극이나 뮤지컬 쪽의 배우들은 부족한데 관련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배우들의 이동은 문화 산업의 분야별 명암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욱진/박신영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