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남북 정상회담 이후 관심은 남북 경협 합의 사항을 무슨 돈으로 이행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남북 경협 재원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거론하더라도 "새 경협은 남한의 기업이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양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재원이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만 하고 있다.

퍼주기 논란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민간 연구소와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경협 비용은 적게는 10조원,많게는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0조원이든,60조원이든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새로 만들어 내느냐다.

남북 경협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은 크게 △세목 신설(일명 통일세) 및 세율 인상 △국채 발행 △통일복권 발행 △국내외 민간자금 조달 △지출 구조조정 등의 방안이 있다.

일단 정부는 남북 경협 이행을 위한 목적세 신설이나 세율 인상,통일복권 발행 등의 가능성은 일축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고위 관계자는 7일 "정부가 남북 경협을 위해 세금에 손을 대는 일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경제 협력의 비용을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무상으로 일거에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협 재원 마련을 위한 목적세 신설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렇게 세 부담 인상 가능성에 대해 자신있게 부인하는 데는 당장은 경협에 큰 돈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 이미 어느 정도의 실탄은 준비돼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남북협력기금은 일단 4조원 정도 확보된 상태다.

정부는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에 올해보다 2500억원 늘어난 7500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 활용 가능한 기금자금은 9118억원이 된다.

여기에 아직 어디에 쓸지 용처를 정하지 않은 자금 4313억원을 합하면 당장 내년에 사용 가능한 기금만 해도 1조3431억원이다.

기획처의 한 관계자는 "남북 교류가 확대되더라도 내년에는 여러가지 연구·검토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자금이 투입될 필요는 없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여유자금 4300억원 등을 활용하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중기재정운용계획(2007~2011년)을 짜면서 매년 1조원 안팎을 기금에 출연키로 재원 분배를 마쳐놓은 상태다.

앞으로 4년간 4조원가량은 일단 확보된 상태인 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재정 내에서 끌어모일 수 있는 돈은 모두 끌어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장병완 기획처 장관은 "경협을 위해 국방 예산을 전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대포를 녹여 통일 비용을 마련할 가능성'은 배제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경협이 본 궤도에 올라 자본 투입이 본격화될 시점에는 △국채 발행 △공기업 투자 유치 △국내외 민간자본 유치 등의 가능한 방법이 모두 동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정부는 협력기금 재원의 상당 부분을 국채 발행을 통해 동원하고 있는데,앞으로 추가 재원이 필요하게 되면 국회 승인을 얻어 이를 보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국제 투자펀드 조성 △산업은행 역할 증대 △동북아개발은행 신설 구상 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민자 유치 가능성 사례로 2006년 5월 영국의 투자사 앵글로-시노 캐피털이 북한의 광물에 투자한다며 인프라펀드인 조선개발투자펀드를 만들어 1억달러의 투자 자금을 모은 사례를 들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지난 5일 "해주항 등의 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우리 항만공사 등이 추진하고 있는 2조원 규모의 해외항만개발펀드로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재정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업들의 투자 안정성을 담보할 만한 추가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모든 부담이 우리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진/이심기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