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이 선진국 증시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 '이머징마켓 프리미엄' 시대가 활짝 열렸다.

중국과 인도 동유럽 남미 등 신흥시장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하면서 이머징마켓 기업들이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대규모 글로벌 자금도 몰리고 있는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반면 이머징마켓의 투자 매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머징마켓 프리미엄' 시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7일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이머징마켓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지난 4일 기준 한국 중국 인도 등 13개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14.4배로 선진시장의 PER(14.0배)를 뛰어넘었다.

27개국으로 구성된 글로벌 이머징마켓 평균 PER도 선진시장과 같은 14.0배로 조만간 추월이 확실시된다.

특히 세계경제 성장의 신형 엔진으로 부상한 인도와 중국의 PER는 각각 20.1배,19.8배로 미국(15.5배)과 일본(15.7배)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머징마켓 PER가 높다는 것은 이익 규모가 같더라도 성장성 프리미엄을 감안,시장에서 이머징마켓 기업의 적정 주가를 더 높게 평가해준다는 뜻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머징마켓의 PER가 선진국을 따라잡은 것은 2000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머징마켓의 주가 변동성이 높긴 하지만 최근 흐름은 추세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주가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또 다른 기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 지표도 이머징마켓(평균 3.3배)은 선진시장(2.5배)보다 월등히 높다.

이는 이머징마켓 기업의 경우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의 3.3배 수준이지만 선진국 기업은 2.5배로 이머징마켓 기업들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올 들어 이머징마켓 주가 상승률은 선진국을 압도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으로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달 17일(미국은 16일) 이후 지난 5일까지 상승률은 미국(다우지수 기준) 9.50%,일본 11.73%였지만 중국(상하이지수) 19.24%,대만 18.87%,한국(코스피지수) 21.85%였으며 홍콩H주는 무려 59.42%에 달했다.

이처럼 이머징마켓에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은 이들 지역이 대부분 고속 성장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9월 미국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로 대규모 투자자금이 선진국에서 빠져 나와 이머징마켓으로 몰리고 있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머징마켓 관련 해외 펀드 순유입액은 최근 2주 동안 100억달러 이상에 달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여파가 유럽 중앙은행의 금리 동결로 이어지면서 사실상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양상"이라며 "미국발 신용 경색 위험이 역설적으로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풍부한 유동성 환경을 만든 만큼 이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