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전 개발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한 유전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은 서해의 서한만지역으로,대규모 원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보하이만과 가까운 지역이다.

하지만 아직 북한과 유전 탐사에 대한 협의에 들어가지도 않은 단계에서 유전 개발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남북이 탐사에 합의하더라도 실제 유전을 개발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리고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한만이 유력지역

북한이 원유 매장 가능 지역으로 보고 있는 곳은 서한만 온촌 안주 평양 동한만 길주 경성만 등 7곳이다.

이 가운데 안주분지와 평양분지는 육지이고 나머지는 바다다.

일단 육지보다는 해상 쪽이 원유 매장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에서 아직 육지에서 석유가 나온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남한에서도 육지에서는 원유를 발견한 적은 없고 울산 앞바다에서만 하루 1만배럴 정도의 천연가스와 초경질유를 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해상 지역 중에서도 동해보다는 서해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유전이 있으려면 지하퇴적층이 있어야 하는데 퇴적층은 서해에 발달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서한만분지 지역은 50억~60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하이만 유전과 가깝다.

석유공사 관계자도 "북에서 석유를 탐사해볼 만한 곳으로는 서한만 동한만 길주 등이 꼽힌다"고 밝혔다.

◆개발 방식은 어떻게

북한 유전 개발 방식은 정부가 밝힌 대로 향후 부총리급으로 격상될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에서 북측과 협의를 통해 논의돼야 한다.

남북대화 총괄 창구인 총리급 회담이 11월 개최되는 만큼 그 산하에 있는 경제협력공동위도 함께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 개발은 다른 광물 개발과 비슷한 형식을 띨 전망이다.

북측이 자원과 인력을,남측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고 생산량을 서로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 방식이다.

생산량 배분 비율,개발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산자부 관계자는 "우리에게도 사업성 있는 투자가 되고,북측도 개발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윈-윈 모델이 돼야 한다는 원칙 말고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일단 북측과 만나 얘기를 해보고 반응을 봐야 하는 등 한발 한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뭔가 결정을 하고 나서도 성사되기까지는 엄청난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생산까지 엄청난 시일 걸릴 듯

북한이 석유 매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실제 탐사를 해보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다.

또 정부가 북한과 유전 개발에 합의해도 광구평가 탐사 시추 등을 거쳐 생산 단계까지 가려면 최소 10년 정도가 걸린다.

일단 지하구조를 탐사하고 전산처리와 해석을 거치는 광구평가에만 2~3년이 걸린다.

그것도 탐사자료량이 많은 경우이며,북한의 경우처럼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면 5~10년이 소요되기도 한다.

석유가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탐사 시추도 1년 이상 걸린다.

탐사 시추에서 유전이 발견되면 매장량 평가에 들어간다.

탐사시추공 주변에 2~3개 공을 뚫어 정밀하게 매장량을 평가하는데 여기에 2~3년이 걸린다.

그 다음 생산정을 어디에 뚫을지 계획을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거쳐 생산정 시추에 들어가야 한다.

북한과의 유전 공동 개발에 대해 지나친 기대감을 가질 수 없는 이유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