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간의 '10·4 공동선언'은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까.

오는 12월 대선을 앞둔 여야 후보들의 대북경협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범여권의 경우 일찌감치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여권이 집권할 경우 별로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

야당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대북 경협의 동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공동선언은 이 후보의 경제·교류 협력 분야 공약들과 상당 부분 닮았기 때문이다.

이 후보 역시 5일 "차기정부에서도 (남북 정상이) 만나고 해야 한다"고 했고,한나라당도 경협 자체에 대해선 부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공동선언은 핵폐기 의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반면 이 후보는 핵폐기를 전제로 하고 있어 실현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비핵 개방 3000구상'과 일맥상통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공동선언은 이 후보의 '비핵 개방 3000구상(북핵 폐기 전제,10년 후 북한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 달성)' 및 '신한반도 비전'과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지향점이 같다.

정부는 "다방면의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이 공동번영하는 '경제공동체'건설을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도 "북한이 본격적인 핵 폐기에 진입한다면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의체'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공동선언은 해주 특구 조성을 명기했다.

이 후보도 북한 지역 내에 5대 자유무역 지대를 설치,북한 경제를 수출주도형으로 전환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남북은 한강하구 공동이용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 후보는 한강 하구에 여의도(8.48㎢)의 10배 규모에 달하는'나들섬'을 만들어 남북 경협을 위한 공동의 장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공동선언이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를 추진키로 한 데 대해 이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서울~신의주 간 고속도로 건설을 공약했다.

또 북한 지역의 항만·철도·도로 정비도 약속했다.

남북은 자연재해 방지를 위한 북한의 산림 녹화를 추진키로 했고,이 후보도 풍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림 황폐지에 대한 대대적인 복구 지원사업을 벌이겠다고 공약했다.

남북은 공동선언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확대키로 했고,이 후보는 북한이 고령자 이산가족의 자유왕래를 받아들일 경우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원을 추진키로 했다.

◆무엇이 다른가

이 후보는 경협뿐만 아니라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 체결 문제 등 모든 남북 현안은 북핵 해결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핵 해결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남북관계는 '스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후보의 안보 분야 브레인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핵폐기가 없는 상태에서 남북이 종전 선언을 해버리면 국제적으로 인정 못 받는다"며 "경협도 핵폐기가 이뤄지면 유효하게 살아 움직이고,그렇지 못하면 답보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비핵화에 관한 기존 합의를 다시 한번 합의했다"고 했지만,남북은 경협-핵폐기의 '선-후 관계'를 분명하게 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납북자·국군포로 송환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이번 정상회담에선 이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