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첫 번째 남북 정상회담과는 사뭇 다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두 번째 '와인 의전'이 관심을 끌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환영 만찬에서 수백만원짜리 '샤토 라투르 1993'을 내놨지만 지난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의 노무현 대통령 환송 오찬에서 김 위원장은 500달러 안팎의 프랑스 부르고뉴산(産) 와인을 건배용으로 따랐다.

'샤토 라투르 1982'는 800만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진 '명품'이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오찬 식탁엔 프랑스 보르도산 4병,부르고뉴산 5병 등 총 9병의 와인이 놓였다.

이 가운데 단 한 병만이 건배용으로 쓰였으며 나머지는 개봉도 되지 않고 치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르도 4병은 그랑크뤼급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샤토 라투르'는 물론 나머지 보르도 '5대 특급 샤토'는 포함되지 않았다.

부르고뉴산 5병 역시 명품이라고 하기엔 부족해 보이는 와인이다.

김 위원장이 이날 노 대통령과 함께 마신 와인은 '코르통 그랑 크뤼 클로 데 피에트레(Corton Grand Cru Clos des Fietres)'.부르고뉴의 대형 와인 제조업체인 '미셸 피카르 샤토 드 샤사뉴 몽라세(Michel Picard Chateau de Chassagne Montrachet)'의 대표 와인으로 미국 소매가가 480달러 수준이다.

미셸 피카르가 1997년에 샤토 드 샤사뉴 몽라세를 사들이면서 만들기 시작했으며 2001년산이 첫 빈티지이고 2005년산까지 나와 있다.

하지만 보르도산이 각각 다른 샤토의 와인인 데 비해 부르고뉴산은 5병 모두 '미셸 피카르' 한 회사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미셸 피카르'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건배용으로 따른 와인 외에 '미셸 피카르 코트 드 뉘 빌라주(Cote de Nuits Villages)' 등이 식탁 위에 올랐다.

부르고뉴의 와인 등급은 그랑 크뤼,프리미에 크뤼,코뮈날레,레지오날레 등 4등급(엄밀히 말하면 테이블 와인까지 포함해 7등급이지만 국내엔 상위 4등급이 주로 알려져 있다)으로 나뉘는데 라벨에 적힌 생산지명이 소규모 지역일수록 등급이 높다.

'코트 드 뉘 빌라주'는 코뮈날레급이며 미국에서 20달러 안팎에 거래되는 중·저가 와인이다.

'미셸 피카르'는 1951년 설립된 부르고뉴 지역의 대형 와인 제조사로,부르고뉴 북쪽의 샤블리 지역에서부터 남단인 보졸레에 이르기까지 총 139종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랑 크뤼급만 해도 '샤블리 발머(Valmur)','클로 드 부조(Clos de Vougeot)','몽라세','코르통 샤를마뉴' 등이 있다.

안타깝지만 국내엔 아직 수입돼 있지 않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