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 마련 '경매 도우미'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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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인테리어 업체에서 일하는 김일영씨(가명·31)는 내년 3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경매로 장만할 계획이다.
그는 지하철로 1시간 안에 출·퇴근이 가능하고 출산 후 육아를 도와 줄 친가와 처가가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할 작정이다.
김씨는 고심 끝에 최저 입찰가가 8000만원인 은평구 역촌동 다세대 주택과 한 차례 유찰돼 최저가가 1억원으로 떨어진 노원구 상계동의 소형 아파트를 점찍어 놓고 입찰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 경매로 신혼집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맞벌이 신혼부부들이 약간의 대출만 얻으면 낙찰받을 수 있는 1억원대 물건이 즐비한 데다 일반 매매시장보다 더 싸게 집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부터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서 청약점수가 낮은 젊은 층의 신규 분양 아파트 당첨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경매 물건 가운데 주택의 경우 법적 하자를 따지는 권리분석이 비교적 간단하고 경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사라진 것도 예비 신혼부부들을 경매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서울 강북,경기도권 물건에 관심
김씨가 물색해 놓은 역촌동 다세대 주택은 주차 여건은 별로 좋지 않지만 재개발이 되면 전용면적 85㎡ 안팎의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상계동 아파트는 처가와 같은 단지에 있어 좋지만 나중에 중대형 평형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김씨의 마음은 역촌동 주택으로 기울고 있지만 일단 두 건에 모두 응찰할 작정이다.
김씨가 확보해 놓은 내집마련 자금은 7000만원이다.
나머지 3000만~4000만원쯤 대출을 받을 생각이다.
김씨같은 예비 신혼부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경매 지역은 주로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이다.
1억~2억원 사이의 경매 주택이 몰려 있어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아파트보다 재개발 지역의 다세대·연립주택에 관심이 더 많은 편이다.
나중에 재개발이 진행되면 아파트 입주권을 얻을 수 있는 곳들이다.
재개발 기간 동안 대출금을 갚고 새 아파트 건축비를 벌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3%인 반면 다세대·연립주택은 108%,다가구·단독주택은 96%였다.
반면 고양·부천 등 경기도권에서는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한 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세입자 내보내는 시간 염두에 둬야
전문가들은 경매로 신혼집을 구하려는 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다만 입찰 전에 주의할 것이 제법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충고한다.
가장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은 일반 매매시장에서 집을 사는 것보다 시간을 넉넉하게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주택의 경우 대부분 잔금만 치르면 언제든지 입주할 수 있지만 경매시장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권리관계를 파악해 낙찰을 받더라도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는 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고정융 굿옥션 팀장은 "신혼집으로 많이 쓰이는 오피스텔의 경우 여러 채가 한 묶음으로 경매에 나오기도 하는데 이 가운데 한 채를 낙찰받고 잔금을 치렀어도 나머지가 낙찰되지 않아 입주 일정이 미뤄지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라면 결혼식 6개월 전에는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자칫 결혼식을 마친 뒤에도 신혼방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 번 이상 유찰되면 '요주의'물건
여러 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크게 낮아졌다면 권리분석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값이 싸다고 덥썩 낙찰받았다가 '싼 게 비지떡'이 될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일단 3회 이상 유찰됐다면 문제가 있는 경매물건이라고 보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이런 물건은 권리관계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한 투자자라면 노려볼 수도 있지만 신혼집으로 낙찰받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경매주택의 매입 자금은 낙찰가격 외에 법무사 비용,명도합의금 등의 부대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이 때 대출금은 전체 투입 자금의 절반을 넘지 않는 게 좋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대출금의 비율이 전체 매입 금액의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며 "무엇보다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춰 이자나 원금상환 일정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경매 도우미 서비스도 등장
경매로 집을 장만하려는 예비 신혼부부들을 위한 도우미 서비스도 등장했다.
경매 전문 업체인 지지옥션은 예비 신혼부부들의 자금 여력 등 조건에 맞는 경매물건을 7건까지 소개해주고 전담 매니저가 권리 분석부터 낙찰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상담을 해준다.
경매법정 현장 교육이나 경매물건 현장답사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3회에 걸쳐 경매일반에 대한 교육도 실시한다.
수수료는 44만원(권리분석 비용 제외)이다.
강은 팀장은 "도우미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문의도 많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여럿 생겼다"고 소개했다.
이영진 디지털태인 이사는 "주택 보유 세금 부담이 커지고 금리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대출금 연체 등에 따라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라며 "예비 신혼부부라면 감정가 기준으로 1억5000만~2억원 사이의 물건 위주로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그는 지하철로 1시간 안에 출·퇴근이 가능하고 출산 후 육아를 도와 줄 친가와 처가가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할 작정이다.
김씨는 고심 끝에 최저 입찰가가 8000만원인 은평구 역촌동 다세대 주택과 한 차례 유찰돼 최저가가 1억원으로 떨어진 노원구 상계동의 소형 아파트를 점찍어 놓고 입찰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 경매로 신혼집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맞벌이 신혼부부들이 약간의 대출만 얻으면 낙찰받을 수 있는 1억원대 물건이 즐비한 데다 일반 매매시장보다 더 싸게 집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부터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서 청약점수가 낮은 젊은 층의 신규 분양 아파트 당첨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경매 물건 가운데 주택의 경우 법적 하자를 따지는 권리분석이 비교적 간단하고 경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사라진 것도 예비 신혼부부들을 경매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서울 강북,경기도권 물건에 관심
김씨가 물색해 놓은 역촌동 다세대 주택은 주차 여건은 별로 좋지 않지만 재개발이 되면 전용면적 85㎡ 안팎의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상계동 아파트는 처가와 같은 단지에 있어 좋지만 나중에 중대형 평형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김씨의 마음은 역촌동 주택으로 기울고 있지만 일단 두 건에 모두 응찰할 작정이다.
김씨가 확보해 놓은 내집마련 자금은 7000만원이다.
나머지 3000만~4000만원쯤 대출을 받을 생각이다.
김씨같은 예비 신혼부부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경매 지역은 주로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이다.
1억~2억원 사이의 경매 주택이 몰려 있어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아파트보다 재개발 지역의 다세대·연립주택에 관심이 더 많은 편이다.
나중에 재개발이 진행되면 아파트 입주권을 얻을 수 있는 곳들이다.
재개발 기간 동안 대출금을 갚고 새 아파트 건축비를 벌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3%인 반면 다세대·연립주택은 108%,다가구·단독주택은 96%였다.
반면 고양·부천 등 경기도권에서는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한 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
◆세입자 내보내는 시간 염두에 둬야
전문가들은 경매로 신혼집을 구하려는 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다만 입찰 전에 주의할 것이 제법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충고한다.
가장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은 일반 매매시장에서 집을 사는 것보다 시간을 넉넉하게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주택의 경우 대부분 잔금만 치르면 언제든지 입주할 수 있지만 경매시장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권리관계를 파악해 낙찰을 받더라도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는 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고정융 굿옥션 팀장은 "신혼집으로 많이 쓰이는 오피스텔의 경우 여러 채가 한 묶음으로 경매에 나오기도 하는데 이 가운데 한 채를 낙찰받고 잔금을 치렀어도 나머지가 낙찰되지 않아 입주 일정이 미뤄지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라면 결혼식 6개월 전에는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자칫 결혼식을 마친 뒤에도 신혼방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 번 이상 유찰되면 '요주의'물건
여러 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크게 낮아졌다면 권리분석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값이 싸다고 덥썩 낙찰받았다가 '싼 게 비지떡'이 될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
일단 3회 이상 유찰됐다면 문제가 있는 경매물건이라고 보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이런 물건은 권리관계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시간이 넉넉한 투자자라면 노려볼 수도 있지만 신혼집으로 낙찰받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경매주택의 매입 자금은 낙찰가격 외에 법무사 비용,명도합의금 등의 부대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이 때 대출금은 전체 투입 자금의 절반을 넘지 않는 게 좋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대출금의 비율이 전체 매입 금액의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며 "무엇보다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춰 이자나 원금상환 일정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경매 도우미 서비스도 등장
경매로 집을 장만하려는 예비 신혼부부들을 위한 도우미 서비스도 등장했다.
경매 전문 업체인 지지옥션은 예비 신혼부부들의 자금 여력 등 조건에 맞는 경매물건을 7건까지 소개해주고 전담 매니저가 권리 분석부터 낙찰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상담을 해준다.
경매법정 현장 교육이나 경매물건 현장답사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3회에 걸쳐 경매일반에 대한 교육도 실시한다.
수수료는 44만원(권리분석 비용 제외)이다.
강은 팀장은 "도우미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문의도 많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여럿 생겼다"고 소개했다.
이영진 디지털태인 이사는 "주택 보유 세금 부담이 커지고 금리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대출금 연체 등에 따라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라며 "예비 신혼부부라면 감정가 기준으로 1억5000만~2억원 사이의 물건 위주로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