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문' 서명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4일 오후 1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언문 서명식을 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안녕하십니까.

편히 쉬셨습니까"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노 대통령은 "아침에 서해갑문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답했다.

곧바로 두 정상은 준비된 서명식장에 입장했다.

양측 실무진 간 합의문 작성을 위한 사전 작업이 충분해서인지 두 정상은 서명식장에 입장하자마자 곧바로 테이블에 마주앉아 서명을 했다.

서명을 마친 두 정상은 선언문을 교환한 뒤 악수를 나눴고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했다.

포즈를 취하던 중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고,두 정상은 맞잡은 손을 취재진을 향해 높이 들어 보였다.

이어 두 정상은 서명식장을 나와 백화원영빈관 내 오찬장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노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남측 공식 수행원들과 악수를 했다.

같은 시간 노 대통령은 대기하고 있던 북측 고위 인사들과 악수를 나눴다.

오찬 테이블에 앉은 뒤 김 위원장은 옆 자리의 노 대통령에게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도 이 자리에 앉으셨다"고 설명했다.

먼저 북측의 김영일 총리가 건배사를 했다.

김 총리는 "국방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노무현 대통령께서 역사적인 선언을 채택하신 데 대해 모두의 마음을 합쳐 열렬한 축하를 드린다"며 "노 대통령 내외분의 건강을 위해,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 동지의 건강을 위해 이 잔을 들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뒤이어 남측 대표로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답사를 통해 "이번에 만남의 역사적 결단을 내린 남북의 두 정상분께 깊은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2000년 정상회담 때 김 전 대통령이 마련한 답례 만찬에서 그랬듯이 김 위원장은 '원샷'을 했다.

반면 노 대통령은 포도주를 조금 남겼다.

김 위원장이 주최한 환송 오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 남짓 진행됐다.

오찬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 통일부 장관이 일어나 즉석에서 특별 수행원 일행으로 참석해 있던 안숙선 명창을 소개하며 노래를 청해,안 명창이 즉석에서 판소리 춘향전의 '사랑가'를 부르며 흥을 돋우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오찬 도중 "(남측 언론에서) 내가 마치 당뇨병에 심장병까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데,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다시 한번 자신의 건강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보도들을 하고 있다.

기자가 아니라 작가인 것 같다"고 말해 오찬장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그래도 (남측에서) 나에 대해 크게 보도하고 있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환송 오찬을 마친 직후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평양 중앙식물원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대전 산림청 식물원에서 가져와 이틀 전 심어놓은 반송(盤松) 한 그루에 한라산 백두산에서 가져온 흙을 합토(合土)하고 백록담과 천지의 물을 주는 행사를 가졌다.

노 대통령은 오후 4시54분께 사흘간의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경길에 올랐다.

인민문화궁전 앞에서 열린 공식 환송 행사에는 김영남 위원장이 참석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나오지 않았다.

평양=공동취재단/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