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고업계 최대 화제작인 KTF '쇼(SHOW)'를 담당하는 제일기획 광고9팀 김태해 국장(38).7년째 KTF 광고만 맡다 보니 제일기획 직원인지 KTF 직원인지 헷갈린단다.

매일 광고주를 만나고 하루에도 관련 회의를 3~4회 갖는 건 기본이다.

한 편의 광고가 나오기까지 겪는 산고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광고와 광고주에 대한 그의 열정도 남다르다.

김 국장이 KTF와 처음 인연을 맺은 때는 2001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한국통신프리텔(016)과 한솔엠닷컴(018)의 합병으로 KTF가 출범하면서 이 회사 광고를 담당하게 된 것.당시 인기를 끈 광고가 'KTF적인 생각' 시리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등의 광고 카피를 통해 기존 권위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소비자를 파고들었다.

2004년 이후 '해브 어 굿 타임(Have a good time)'을 주제로 소비자 만족 경영을 전파했다.

김 국장은 작년부터 더욱 바빠졌다.

3세대 영상 통화인 '쇼'는 지난 3월 출시됐지만 1년 전인 지난해 3월부터 소비자 수용도 조사,해외 사례 검토,브랜드 네이밍과 포지셔닝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2월 중순 선보인 '쇼'의 티저(teaser) 광고에서 '지루함은 죽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묘지'를 내세웠고 국내 광고 사상 처음으로 '정자(精子)'를 활용해 주목받았다.

'쇼를 하면 공짜' 시리즈 등에 이어 최근에는 영상 통화의 순기능을 집약한 '대한민국 보고서 편'까지 '쇼' 광고만 20여 편을 내놓았다.

실제 부부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출연,도시에 있는 아들에게 영상 통화를 통해 TV와 세탁기의 고장을 전하는 광고는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 국장은 '쇼'가 온 국민의 관심을 끈 데 대해 "쇼라는 일반 명사를 고유 명사로 만들고 이름만큼 재미있고 색다르다는 개념 전달에 치중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휴대폰의 주 이용자인 젊은 층뿐 아니라 어린이와 중·장년층까지 부담 없이 파고든 게 '쇼'의 성공 비결이란 얘기다.

그는 늘 바쁘지만 일과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자녀와의 통화다.

"제작편도 많고 해서 퇴근 시간이 늦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녁 8시쯤이면 매일 딸과 영상 통화를 나누는 게 일상이 됐어요."

광고주만큼이나 제품과 서비스를 잘 알아야 제대로 된 광고물이 나온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한 개의 광고물이 나오기 위해 필요한 콘티(시안)가 100개를 훌쩍 넘는 데다 공장에서 물건 찍듯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일이 잘 안 풀릴 때는 광고주가 꿈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광고주를 제대로 이해하고 제품을 진정 사랑해야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광고가 나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