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투자 자금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 마켓(신흥시장) 증시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1999년 당시 닷컴 거품을 몰고온 세계 증시 과열과 흡사해 버블이 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일 펀드리서치 회사인 EPFR 글로벌 자료를 인용,이머징 마켓 펀드에 유입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지난 한 주 총 55억3000만달러로 주간 기준으로 약 1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 이 자금의 53%가 밀려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신흥시장 증시 움직임을 보여주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마켓 지수는 지난달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 금리를 인하한 이후 25% 이상 급상승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작년 초를 기준으로 잡으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16%,인도 센섹스지수는 112%,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133%씩의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미 FRB의 금리 인하와 달러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미국 등지의 뮤추얼펀드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 워낙 급속도로 일어나다 보니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진정돼 가고 있다는 안도감까지 투자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이렇듯 자금이 이머징 마켓으로 흘러들어가는 데도 선진국 증시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미 다우존스 지수는 2개월 만에 14,000 고지에 다시 올라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 차입이 쉽지 않고 안전자산 선호 추세로 금과 같은 상품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세계 증시가 동반 활황세를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인하 △달러화 가치 하락세 지속 △탄탄한 기업 실적 △낮은 주가수익률(PER) 등 매력적인 투자 지표를 그 원인으로 들었다.

로이터통신은 총 4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신흥시장 국부 펀드들이 미국과 유럽 증시에 활발하게 투자,미국 등 선진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그러나 1987년 블랙 먼데이,1998년 헤지펀드 LTCM 파산 때 미국이 금리를 대폭 떨어뜨린 것이 이후 버블 형성으로 이어졌음을 상기시키고 당시 상황이 재연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리차드 배티 스탠더드라이프 인베스트먼트 투자담당 임원은 "이머징 마켓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이머징 마켓 투자가 늘어날수록 해당 지역 인플레이션과 버블 형성,글로벌 자금 흐름의 불균형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