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패션.와인쇼 개최도 한몫
지난 1년6개월 동안 강원랜드에서 일어난 변화는 한마디로 '격변'으로 표현할 만하다.
조기송 사장이 취임한 작년 3월 강원랜드는 악재에 악재가 겹친 형국이었다.
경영진이 잇따라 중도 하차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져 있었고 사설 카지노 난립으로 수익성도 악화일로였다.
국회는 카지노 입장료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상정,법안이 통과되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위기의 해결사로 낙점받은 조 사장이 내놓은 처방전은 혁신과 효율성 제고를 기반으로 공기업 유전자를 민간 기업 유전자로 바꿔 나가는 것과 카지노 업체에서 가족 리조트로 변신이었다.
1998년 설립 이후 독점을 배경으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비효율을 없애고, 카지노의 수요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방책이었다.
조 사장은 "그때는 더 나빠질 것이 없는 상태여서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고 회고했다.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강원랜드는 위기 극복을 넘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매출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인 데다 가족형 리조트로 변신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스키장이었다. 작년 말 동양 최대 규모의 '하이원 스키장'이 개장하면서 강원랜드의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2005년 월 평균 17만9107명에 그쳤던 방문객은 지난해 18만2715명으로 증가하더니 올 들어선 7월까지 27만7000명,8월까지 33만명이 넘으면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조 사장은 "스키장 개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카지노를 중심으로 스키장 골프장 콘도 등을 갖춘 가족 리조트로의 변신이 성공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가족 단위 관광객은 작년 월 평균 1만3467명에 그쳤지만 올해는 7월까지 평균 7만명을 넘어섰다.
스키장 외에 아시아 최대의 음악분수쇼와 문화예술 공연,와인 이벤트 개최 등 사계절 관광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한국예총과 제휴해 '하이원 예술마당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지난 8월 말에는 세계여자모델선발대회와 앙드레김 패션쇼도 여는 등 문화예술 행사의 거점으로 영역을 확대,관광객을 끌어모았다. 조 사장은 "앞으로 문화행사 외에 다양한 국제회의 등을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변신의 성과는 실적으로 증명됐다. 스키장 효과가 나타난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851억원,112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고 비수기인 2분기에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3분기에도 사상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한 데 힘입어 매출이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강원랜드의 이 같은 변신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스키장 개장 등 사업 확대가 인력 확충이 거의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스키장을 27개월 만에 계획대로 개장하고 필수 기술직을 제외하고는 추가 인력 채용 없이 기존 인력의 전환배치와 재교육을 통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스키장 개장 전인 작년 초 2900명 선이던 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현재 3000명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민간 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처음 강원랜드 사령탑을 맡은 조 사장의 민간 기업 마인드가 기업문화를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독점에 안주하려는 공기업적 한계와 과거부터 이어져온 각종 비리 및 파벌 간 암투 등을 없애고 효율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킨 셈이다.
강원랜드의 한 직원은 "조 사장이 처음 취임했을 때만 해도 다들 반신반의했다. 혁신활동과 효율성을 강조했지만 직원들은 얼마 안가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각종 혁신활동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혁신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만 53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내부 평가다.
이 같은 변화는 노사관계에서도 나타났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서비스사업장인 강원랜드는 설립 이후 2005년까지 매년 쟁의조정 신청 및 쟁의행위 찬반투표 과정을 거쳐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임금협상에서 무분규 타결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올해도 임금인상폭은 2.5%에 그쳤지만 성과연동형 인센티브제를 도입함으로써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에는 노사가 공동으로 변화와 혁신을 위한 조직을 만들어 활동에 들어갔다. '노사 공동 베스트 2015 추진단'으로 이름 붙여진 이 조직은 동남아 카지노의 공격적 경영과 국내 내국인 카지노 추가 허용 등에 대비해 변화와 혁신을 노사 공동으로 추진하는 기구다.
성과주의 조직문화 정착과 사계절 가족 리조트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가고 있는 강원랜드의 과제는 이제 완전한 가족형 리조트 정착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 바뀌고 있다. 가족형 리조트 완성을 위해 강원랜드는 2009년 10월까지 고급형 콘도 500실을 증축하고 워터파크와 어린이 체험놀이 시설이 있는 패밀리 리조트 조성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호텔 옆에 컨퍼런스센터와 국제회의 시설,공연시설,객실 등을 갖춘 기능형 고급 호텔도 신축해 국제회의 등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예전에 석탄 운반에 쓰였던 운탄도로를 활용해 오프로드 리조트 조성에도 착수한 상태다.
조 사장은 "가족형 리조트 완성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프로게임단 창단과 온라인 게임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보유 중인 자금을 활용한 해외 카지노 투자 등도 내년쯤이면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준 / 허문찬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