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대면은 2일 낮 12시 정각 평양 모란봉 구역의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이뤄졌다.

노 대통령이 이날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공식 환영식은 개성~평양 고속도로의 평양 초입인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것으로 예정됐다.

그러나 행사장이 4·25 문화회관으로 바뀌었고,김 위원장이 직접 영접했다.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하기 7분여 전에 미리 식장에 나와 기다리는 등 일단 '최고 수준'의 예우를 갖췄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직접 노 대통령을 맞았다는 것을 제외하고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때와 여러 면에서 달랐다.

포옹이나 '깜짝 동승'은 없었으며,기대했던 만찬회동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환영행사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노 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나란히 무개차에 탄 채 광장에 진입했다.

노 대통령은 천천히 차에서 내린 뒤 10m 정도를 걸어 김 위원장과 악수했다.

두 정상은 "반갑습니다"라고 짧게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7년 전과 같은 포옹과 환한 웃음은 없었다.

2000년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비행기에 내렸을 때 두 정상은 '뜨거운 포옹'과 함께 밝게 웃으며 맞잡은 두 손을 열정적으로 수차례 흔들었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문화회관 광장에 깔린 붉은색 카펫을 밟으며 나란히 북한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했으나 축포는 없었다.

사열 내내 두 정상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북측 고위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그때서야 노 대통령의 얼굴은 다소 펴졌지만 김 위원장은 조용히 뒤에서 지켜볼 뿐 얼굴에 이렇다 할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도 남측 공식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다른 수행원은 모두 고개를 약간씩 숙였지만 김장수 국방장관만은 고개를 숙이지 않는 모습도 목격됐다.

평양시민들의 함성에 노 대통령은 계속 손을 흔들었고 김 위원장도 가끔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12시11분께 두 정상은 다시 악수를 나눈 뒤 각각 다른 차에 올라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노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와 동승해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향했다.

2000년 김 위원장이 김 전 대통령과 순안공항에서부터 백화원 영빈관까지 같은 차량을 이용한 것은 물론,영빈관에서 김 전 대통령 및 공식 수행원들과 환담을 하며 격식을 차리지 않고 거침없이 말을 이어간 것과 대조적이었다.

김 위원장의 영접 행사가 차분한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한 당국자는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 대단한 이슈였던 2000년 정상회담 때와 달리 이번 회담이 실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고 평했다.

다른 해석도 있다.

2000년과는 달리 이번에 특별한 '사전 선물'이 없었다는 점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경협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그동안 직접 영접한 인사는 김 전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과 후진타오 현 주석 등 4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절제됐지만 극진한 환영을 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직접 영접과 인민군 의장대 사열 등을 감안하면 북한은 최고의 예우를 갖춘 것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