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 순안공항에 나타나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손을 맞잡음으로써 자신의 농담대로 '은둔'에서 '해방'됐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어떤 영접 방식을 통해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연출해낼까.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의 순안공항 직접 영접은 깜짝 이벤트였기는 했지만, 임동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북측의 여러 정황을 통해 김 위원장의 공항 영접 가능성을 점치고 있었다고 후일담에서 회고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육로 방북을 택한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김 위원장이 어디에서 영접할 지 짐작하기가 더 어렵다.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통해 평양시내로 들어서는 길목인 3대헌장 기념탑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영접하고 의장대 사열 및 분열 행사를 갖는다는 것은 남북간 공식합의돼 공개됐다.

김 위원장의 영접 장소에 대해선 그의 동선이 최대 극비사안이어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선 3대헌장 기념탑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 고위간부들과 함께 영접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7년전과 같이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의장대 사열을 받고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는 장면이 재연된다.

일반적인 국가원수 의전인 21발의 예포 발사와 남.북 국기 게양 등은 7년전과 마찬가지로 남북의 특수관계상 생략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김정일 위원장이 이곳을 택하지 않을 경우 제2의 후보지는 평양 중심가인 김일성광장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남측 대표단에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을 허용하는 등 적극성과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김일성광장이라는 열린 공간 속에서 대규모 환영 인파를 모아놓고 김정일 위원장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니고 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노 대통령을 맞을 수도 있다.

북한은 이번에도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때와 같이 카퍼레이드를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차 정상회담 때 북측은 무개차를 이용한 카퍼레이드를 남측에 제안했으나 남측이 경호문제를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당시 김 대통령과 환담도중 원래는 무개차를 이용토록 하려 했는데 남측 경호팀이 반대해 무개차를 이용하지 못하게 돼 아쉽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북측이 이번에도 오픈카 퍼레이드를 남측에 제안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김정일 위원장이 3대헌장 기념탑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할 경우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승용차에 동승했던 것처럼 동승할지, 그리고 동승한 채 오픈카 퍼레이드를 할지도 관심사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기념탑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한다 하더라도 '오픈카' 퍼레이드라면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함께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공항 영접한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현 중국 국가주석 등 4명이지만, 승용차에 동승한 경우는 김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또 오픈카 퍼레이드는 장쩌민 전 주석의 방북 때가 유일한데, 이때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동승했고, 후 주석의 경우는 김영남 상임위원장도 동승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정일 위원장이 만일 노 대통령과 함께 오픈카 퍼레이드에 나설 경우 그야말로 파격적인 영접이 된다.

김 위원장이 북핵 문제가 진전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한 만큼 어떤 연출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 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