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은 매년 4∼5차례씩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3월부터 6월까지 전자부문,금융부문,기타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을 서울 한남동 승지원으로 불러 각 사업부문의 현안과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경영 방침과 지시 사항을 CEO들에게 전달하며 각종 현안도 직접 챙긴다.

그룹 현안에 대한 이 회장의 메시지가 알려지는 것도 이 자리를 통해서다.

하지만 올해 이 회장이 주재한 공식 사장단 회의는 지난 7월 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가진 전자계열 사장단 회의 한 차례뿐이었다.

이 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여는 대신 최근 메시지를 통해 계열사 CEO들을 질타해 메시지의 내용 및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을 통해 각 계열사 CEO들에게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경영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품질향상과 고객만족 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

올해 창조경영을 새 경영화두로 내건 이 회장이 왜 '기본'을 강조하고 나선 것일까.

그룹 관계자는 "삼성이 지난 3∼4년간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최근 삼성전자 기흥공장 정전사고 등 각종 고객불만 사례가 대두되고 있다"며 "이 회장은 이 같은 악재를 수시로 보고받으면서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을 위해선 경영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 회장은 최근 발생한 삼성전자 기흥공장 정전사고와 에스원 직원의 범죄사건,삼성전자 PDP TV에 대한 소비자의 리콜요구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