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0월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일정과 의제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도 이번 주 외부행사 등 공식 일정을 거의 잡지 않은 채 회담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4일 고향 김해와 인근 진해의 해군기지 내 휴양시설로 가 추석 연휴를 보낸 이후 줄곧 청와대 내부 회의를 통해 회담 전략을 가다듬는 등 막바지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의 특성상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단독 회담에서 사실상 모든 합의가 결정되는 만큼 이 회담의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정상회담의 경우 실무선에서 의제에 대한 조율이 이뤄지고 실제 회담은 양 정상이 이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남북회담은 양 정상 간의 현장 대화에 회담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최초로 육로 방북을 선택해 한반도 냉전구도의 틀을 깨겠다는 노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주요 행사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만큼 노 대통령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2일 청와대 본관의 대국민 출발 메시지와 군사분계선(MDL) 도보 통과 때 현장 연설,평양 도착 성명,공식 환영식 답사 등 각종 연설문도 직접 작성하다시피 할 정도로 꼼꼼히 챙기고 있다.

여기에 김정일 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내 주요 인물에 대한 신상 정보까지 노 대통령이 입력해야 할 정보량도 많아 북한 학습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000년 1차 정상회담을 전례로 삼지만,모든 상황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전제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도 대남 관련 부서 전문가로 구성된 '정상회담 상무조'로부터 회담 의제와 의전 등을 보고받으면서 회담 준비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의제의 사전 공개 여부와 관련,"남북 관계는 투명하게 진행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의제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상의 관례도 아니고,상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말했다고 천호선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국민적 관심사인 회담 의제에 대해 계속 함구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