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LCD3社 합병… 삼성ㆍ샤프와 경쟁
상하이광뎬 등 3개 중국 LCD업체가 정부 주도로 합병,삼성전자 등 세계 메이저업체와 경쟁을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합병회사에 자금 등을 특별 지원할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데일리는 28일 상하이광뎬(SVA),징둥팡과기그룹(BOE),IVO 등 중국 3대 LCD 제조회사들이 합병에 합의,30일 공식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원가절감과 기술경쟁력을 높여 한국의 삼성전자,일본 샤프 등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장샤오창(張曉强) 부위원장이 "합병회사에 정부의 특별한 지원 정책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원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자금은 물론 한국 일본 등에 비해 뒤진 기술력 차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광뎬은 "LCD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외국 회사들이 수급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중국 기업도 덩치를 키워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IT컨설팅업체인 디스플레이연구소 장빙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을 추월하기 위해선 중국 업체 간에 생산라인을 통합해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이번 3사의 합병은 이런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CD 3사의 합병은 기업들의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높이려는 중국 정부의 집중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국영기업 간 통합을 적극 추진하는 등 기업의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산업정책의 주요 테마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올 상반기 45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2% 늘어났다.

중국 회사들의 합병 소식에 국내 LCD 업계는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LCD업체가 난립,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제품 가격만 깎아내렸다는 점에서 중국 '빅3'의 합병이 이런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이승혁 연구원은 "이 같은 합병은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의 강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회사들의 기술 수준도 떨어져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나 LG필립스LCD 같은 선두기업을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현재 합병 3사는 웨이퍼 기판이 1100×1300mm인 5세대 제품을 각각 월 10만장 이하로 만들어내는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크기가 1870×2200mm인 7세대 기판을 월 18만개 이상 만들고 8세대 제품(2200×2500mm)도 양산을 시작했다. 큰 패널을 생산하면 공정당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선 고도의 기술과 많은 투자 자금이 필요하다.

기술 수준으로 치면 중국이 2~3년 처져 있기 때문에 세계 1,2위를 다투는 국내 업체들엔 합병이 주목할 만한 소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관제합병'에 실린 중국 정부의 의지가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선두권 기업을 쫓아가겠다는 목표인 만큼 2~3년 후를 생각하면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유창재 기자 forest@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