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프로그램의 전말을 밝히고 핵물질 추가 생산을 막기 위한 6자회담이 27일 베이징에서 개막했다.

남북한과 미·일·중·러 6개국은 '북핵 불능화 합의문'을 반드시 만든다는 공통의 목적 의식을 갖고 있어 모처럼 의기투합하는 분위기다.

이달 초 베를린 회동에서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주고 관계 정상화까지 추진하겠다는 확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도 속도를 내는 데 협조적이다.

북한과 미국은 회담 개막 직전인 이날 오전 따로 만나 이 같은 서로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북한이 연말까지 핵 시설 불능화와 관련 프로그램 신고를 끝내면 미국과 6자회담 참가국들이 정치·경제적으로 보상해 준다는 원칙에 이미 합의했다.

방법론에서 쟁점이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남북정상회담 등도 맞물려 있어 기존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는 강하다.

미국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불능화와 관련해 우리는 더 하고 싶고 북한은 덜 하고 싶어 한다"면서도 "큰 차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미는 원자로·재처리시설·핵연료봉 공장 등 3개를 복구가 매우 어려운 수준으로 핵심 장치를 제거한다는 데 합의했으나 이 장치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결론이 안났다.

미국은 핵심 장치의 반출까지 원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외부 송출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설픈 불능화라는 비난을 들을 소지가 있다.

최대 쟁점은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공개 대상 핵물질에 포함시킬지 여부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원료용 우라늄 농축에 쓰는 원심분리기와 알루미늄관을 수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우라늄 관련 개발 프로그램을 신고 대상에 넣으라고 요구해왔다.

반면 북한은 수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무기용이 아니기 때문에 해명만 하면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북한이 해명을 얼마나 성실하게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영우 한국 대표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핵프로그램 신고 과정에서) 다 밝혀야 하며 진실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북·미 관계 개선에 앞서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에 대해 재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대북 강경책을 폈던 아베 내각이 최근 실각해 이 같은 입장이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주기로 했다는 것을 합의문에 넣고 싶어할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은 복잡한 국내 정치 사정상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문제도 모호한 문장으로 양측이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