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스코를 1999년부터 9년째 이끌고 있는 이승한 사장(62)은 유통업계 최장수(最長壽) 전문경영인에게 걸맞게 많은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마케팅 신조어를 끊임없이 쏟아낸다고 해서 '걸어다니는 유통사전'으로 불리고 경영에 예술을 접목시킨 '예술 경영인',편안하면서도 직장 후배에게는 혹독한 '이중적인 경영인',폭넓은 대인관계를 맺고 있는 '마당말 CEO' 등으로도 통한다.

1946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나 대구 계성고,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승한 사장이 유통 분야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 12월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부터다.

삼성그룹 비서실 신경영추진팀장 등을 지내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삼성그룹의 유통업 진출을 이끌 적임자로 선택된 것.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는 할인점의 브랜드 이름을 가정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의 '홈플러스'로 지을 만큼 탁월한 현장 경영 감각을 갖춘 이 사장의 유통 CEO로서의 능력은 '걸어다니는 유통사전'이라는 업계 별명이 입증한다.

이 사장은 건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통'이기도 하다.

1978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런던지점장을 시작으로 1990년 개발사업본부장 상무를 거치는 등 1994년까지 16년간 건설 현장에서 지냈다.

이 같은 경험은 이후 이 사장의 할인점 경영에 큰 자산이 됐다.

할인점 간 승패를 좌우할 요인이라 할 수 있는 부지 선정 작업에서 남다른 혜안을 발휘한 것.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엔 '유통시설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 및 이용권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한양대에서 도시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인관계가 넓은 그는 2003년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 선임 이래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위원회 위원장,한국능률협회 전략경영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4년에는 하버드대 운영상임이사로 선발돼 특이한 약력 하나를 추가했다.

작년에는 SC제일은행 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곁에서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지인들은 '사춘기 소년의 감성을 지닌 불노(不老)의 경영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열정과 예술적 감성,체력 3박자를 두루 갖췄다는 것.

예술적 감성은 그의 끊이지 않는 창조력의 원천이다.

해외출장 길에 빠지지 않고 들르는 유명 갤러리나 국내 화랑가에서 맘에 드는 작품을 직접 골라 사모을 정도의 마니아다.

지난 1일 문을 연 잠실점에는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전시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1999년 '가치점'이란 생소한 개념의 안산점을 과감하게 도입한 것이나 최근 백화점식 3세대 할인점인 잠실점을 선보인 것은 미술에 대한 안목을 비즈니스에 접목시킨 결과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