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보유 LSE 지분도 확보..대신 北유럽 증시그룹 OMX 넘겨
美 정부-의회 '국가 안보' 우려 제동 걸듯

중동 산유국들이 최근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고유가를 바탕으로 한 오일 머니로 국제 자본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증권거래소가 나스닥의 대주주가 되고 카타르도 런던증권거래소(LSE) 지분을 매입하는 등 중동의 오일머니가 잇따라 미국과 영국의 증권거래소 지분 인수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0일 보도했다.

미 언론은 이런 중동 자본의 움직임에 대해 백악관과 미 의회가 '국가 안보' 측면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바이 증권거래소는 이날 나스닥 지분 19.9%를 주당 41.04달러에 인수하는 한편 나스닥이 보유해온 LSE 지분 28%도 매수키로 했다.

나스닥은 대신 헬싱키와 코펜하겐 등 북유럽 증시를 다수 운영해온 스톡홀름 소재 OMX 그룹의 지분을 두바이측으로부터 넘겨받기로 했다.

나스닥은 앞서 LSE 지분을 인수한 여세를 몰아 OMX도 흡수하기 위해 지난 5월 37억달러를 제시해 잠정적인 합의에 도달했으나 두바이 증시가 지난달 더 높은 가격에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좌절된 바 있다.

나스닥은 뉴욕 증시의 경쟁 상대인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유로넥스트를 흡수해 미국과 유럽을 포괄하는 국제 네트워크를 만들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두바이 증권거래소는 이번 지분 인수로 나스닥의 최대 주주가 된다.

현재 나스닥의 최대 주주는 17% 지분을 보유한 시애틀 소재 호라이즌 애셋 매니지먼트다.

두바이의 이런 움직임에 경쟁관계에 있는 카타르도 LSE 지분 20%를 확보하기 위해 13억달러를 투입하고 OMX 지분의 10% 확보를 위해 4억7천만달러를 투입했다.

이로써 LSE의 최대주주로 중동이 부상하게 됐다.

이와 함께 UAE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디벨로프먼트는 블랙스톤에 이은 미국 2위 사모펀드인 칼라일의 지분 7.5%를 13억5천만달러에 이날 매입키로 했다.

칼라일은 자금을 늘리기 위한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이 같은 지분 인수 활동과 관련, 중동 산유국의 오일 머니의 힘이 갈수록 커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동 국가의 기업과 자본이 인수.합병 등을 위해 전세계에 투자한 자금 규모는 640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전체의 308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백악관과 미 의회 등은 오일머니의 이 같은 금융시장 영향력 확대에 대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우려를 표명했다.

뉴욕주 출신의 민주당 소속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어떻게 다른 나라 정부가 미국 주요 증시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라면서 의회 차원에서 제동을 걸 것임을 분명히했다.

상원 금융위원회 중진 멤버인 그는 1년여 전 두바이의 DP 월드가 미 주요 항구 운영권을 인수하려는 것을 저지하는데 앞장선 바 있다.

미 의회는 이에 앞서 지난 2005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미국 석유회사 유노콜을 인수하려던 것도 저지시킨 바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두바이 증시의 나스닥 지분 인수가 국가 안보란 관점에서 검토돼야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