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가에 앨런 그린스펀(81)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회고록이 적잖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회고록 '격동의 시대: 신세계에서의 모험'은 2008년 대선 현장에 수류탄 격으로 투척돼 이 수류탄은 그린스펀이 평생 당원이라고 자처해 온 공화당에서 폭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회고록은 공화당 정부 하에서 무모한 지출이 이뤄졌고 정치가 경제 의제 설정에 개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간선거 패배는 사필귀정이라고 조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원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반해 그린스펀 전 의장은 민주당 소속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경제 성적표엔 후한 점수를 매겨 민주당엔 선물을 안겨줬다.

회고록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실에 입각해 국가경제 전반을 직관하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재정적자 감축계획을 과감히 추진하는 정치적 용기를 발휘했다고 극찬했다.

이 같은 그린스펀의 '어록'은 내년 대선전 내내 '메아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임스 카빌 민주당 고문은 그린스펀의 비중을 고려할 때 "민주당 측은 이번 회고록을 빌려 공화당 측을 조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빌은 1992년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가장 큰 수훈을 세운 참모로 평가돼 왔다.

이에 대해 1996년 봅 돌 대선주자 진영을 도왔던 공화당 소속 정치 컨설턴트 스콧 리드는 그린스펀의 지적이 공화당의 대선주자들에게 강력한 경고 조치로 인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벌써부터 그린스펀의 비난 타깃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리를 두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공화당 대선주자들 중 한 명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주) 진영의 한 관계자는 "그린스펀이 밝히고 있는 것은 예산 지출이 재정적자를 초래한 것 뿐 아니라 부패로도 이어졌다는 매케인 의원의 그간 주장을 실증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FRB를 18년간이나 이끌며 '경제대통령'으로 불렸던 그린스펀 전 의장의 회고록은 지난 17일 본격 시판됐다.

(서울=연합뉴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