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강행인가,포기인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경선 과정에 불만을 표출하며 이틀간 '잠행'에 들어갔던 손학규 후보가 21일 오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중대 결심'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 후보는 20일 경기도 의왕시 모기도원에서 "오늘 마지막 기도를 하고 내일 아침 (거취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와 각 경선후보 캠프에서는 설마하면서도 '후보 사퇴'를 선언할 가능성을 놓고 긴급 회의를 갖는 등 하루종일 부산했다.

◆후보사퇴·완주 의견분분＝손 후보는 이날 오후 의왕시 모기도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절두산성지,남양성지를 다니면서 고난의 뜻이 무엇인지,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국민의 여망을 받들어서 좋은 정치,올바른 정치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21일 부산에서 예정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할지 등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내일 아침 결정하겠다"고만 밝힌 채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손 후보는 이날 오전 부인 이윤영씨와 함께 자택인 서울 마포구 도화동 아파트를 나와 모처로 종적을 감췄다.

그는 손수 운전대를 잡고 부인과 함께 서울과 경기도 일대 성지를 돌면서 진로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기자들의 추격으로 서울 합정동 절두산 순교성지,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의왕 기도원 등지에서 신상이 노출되기도 했다.

손 후보의 '잠행'과 관련,당 안팎에선 "경선 판 자체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손 후보가 '후보 사퇴' 등 중대 결단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손 후보 측 김부겸 의원은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고 허심탄회하게 경선을 완주하겠다는 뜻을 지지자들에게 밝히지 않겠느냐"면서 "그만두려면 왜 어렵게 지금까지 왔겠느냐"고 언급,'후보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손 후보는 지난 19일 오후 예정됐던 TV토론회를 돌연 취소하고 칩거해왔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손 후보는 닷새 동안 강원도,경기도 일대에서 잠적했다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바 있다.

◆캠프 간 설전＝이런 가운데 손 후보 측과 정동영 후보 측은 이날도 '당권 거래설'과 '동원 경선 논란'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손 후보 측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조직·동원·계파 선거 등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경선이 진행된다면 당도 망하고 후보도 무너지게 된다"며 당 지도부에 진상 조사와 시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 측 김현미 대변인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배경에 '손학규－이해찬 연대' 움직임이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손 후보 측 김부겸 의원과 이 후보 측 이광재 의원을 겨냥,"얼마 전 양 캠프 주요 인사들이 만나는 것을 목격했고 어제 이 후보 선대본부장인 유시민 의원이 손·이 단일화를 언급했다"며 "손·이 연대론의 배경에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호남 후보 배제론이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원기 문희상 김근태 유인태 의원과 정대철 전 의원 등 대통합신당 중진들은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만나 손 후보의 조속한 경선 복귀와 당 지도부의 경선 문제점 진상 조사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