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웨어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기업이다.

하지만 휴대폰 소지자 10명 중 7명은 자신도 모르게 이 회사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인프라웨어는 휴대폰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때 필요한 브라우저를 개발한 회사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에 브라우저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휴대폰 브라우저만 놓고 보면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나 된다.

우리나라 컴퓨터 운영체제(OS)와 브라우저 시장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점한 것과 달리 휴대폰 브라우저는 인프라웨어가 지켜내고 있다.

이 회사 강관희 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한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자존심

인프라웨어의 주력 제품은 2001년에 개발한 무선인터넷 브라우저다.

PC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마찬가지로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핵심 소프트웨어 중 하나다.

전송속도나 품질에서 PC통신 수준에 머물러 있던 무선인터넷은 최근 수년 새 휴대폰 성능이 좋아짐에 따라 웹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의 규모는 연간 4조원에 달한다.

무선인터넷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웨어의 성장 가능성을 관련 업계에서 높게 평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프라웨어와 경쟁하는 해외 기업들의 면면만 봐도 인프라웨어의 내재가치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일본 액세스,미국 오픈웨이브,스웨덴 텔레카….이들은 해당 국가의 증권 시장에서 수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한 인프라웨어의 주식 시가총액이 1600억원대이니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조직이 젊다는 것도 인프라웨어의 장점이다.

창업자인 안종오,곽민철 부사장이 30대이고 전 직원의 평균 연령이 29세에 불과하다.

더구나 220여명의 인력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80%를 차지한다.

남보다 먼저 휴대폰에 주목한 것도,세계 유수 기업보다 신기술 개발이 빠른 것도 모두 젊고 창의적인 조직문화에서 기인한다.

인프라웨어의 약점은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점이다.

이 회사는 대부분 매출을 국내 시장에서 올린다.

이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해외에서 잇따라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스프린트,버라이즌 등 미국 메이저 이동통신사들에 브라우저를 공급하기 위해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 8월에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수출 휴대폰에 자사 브라우저를 탑재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삼성과 LG의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만큼 공급을 확대한다면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DC와이어리스,인시스테크,스카이워스,콘카 등과도 무선인터넷 브라우저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세계 휴대폰 시장의 80%에 달하는 유럽식(GSM) 시장 공략에 필요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중국 지사도 설립했다.

인프라웨어는 올해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정했다.

◆휴대폰 넘어 가전으로

인프라웨어의 강점은 기술력이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첨부해 보내는 멀티미디어 메시징,휴대폰에서 각종 문서 파일을 열어보는 파일뷰어,휴대폰 이메일 솔루션 등 모바일 솔루션 전반을 아우른다.

성능이 낮은 휴대폰 프로세서와 메모리 환경에서도 PC에 버금가는 속도와 안정성으로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는 노하우도 갖췄다.

인프라웨어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셋톱박스,DMB 단말기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IPTV와 DMB에 인터넷이 접목되면서 브라우저 등 모바일 소프트웨어 수요가 커졌지만 MS의 컴퓨터 기반 기술을 적용하기에는 하드웨어 제약이 심하다.

휴대폰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인프라웨어가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사장은 "휴대폰뿐만 아니라 DMB 셋톱박스 등 인터넷을 연결하는 모든 기기에 인프라웨어의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며 "브라우저 기술을 적용할 무대가 넓어지면서 사업 확장,매출 증대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웨어는 올해 초 셀런과 다산네트웍스를 통해 주요 인터넷TV 업체에 브라우저와 미들웨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TV를 통해 뉴스 날씨 주식 등 웹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버전스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도약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인프라웨어는 국내 벤처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 중이다.

최근 이사회에서 880억원 규모의 주식예탁증서(DR)를 런던 증시에서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종자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에도 지사를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합병(M&A),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비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