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수백억이 움직이는 시장인데 아무런 감시 장치없이 움직이도록 내버려둘 수 있는가.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제도를 보완할 때다"

미술시장의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미술경매에 대해 화랑들이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상업화랑 122개가 회원사인 한국화랑협회는 오는 28일 오후 아트선재센터 소극장에서 '한국 미술시장 유통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연다.

지난해 7월18일 '화랑과 경매의 제역할 찾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데 이어 1년여만에 같은 주제로 여는 행사로 세미나 후에는 문화관광부와 관련 경제부처 등에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탄원도 할 예정이다.

세미나 주제는 미술품 경매시장의 지나친 팽창과 불공정 거래를 막아보자는 것.

16일까지 끝난 서울옥션의 옥션쇼에서 이틀간 경매매출이 363억원을 넘어섰고, 18일과 19일 K옥션이 이틀간에 걸쳐 또다시 메이저경매를 실시하며 D옥션, 옥션M이 시장에 진입했고 복권관련기업이 신설하는 경매회사 인터알리아 등 경매회사들이 줄줄이 탄생하는 상황에 대한 견제다.

한국화랑협회 이현숙 회장(국제갤러리 대표)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전혀 검증되지 않은 작가들, 몇 달 전까지 시장에서 거래되지도 않던 작가들의 작품이 경매에 올라와 미친듯이 가격이 오른다.

소비자들은 그것을 미술시장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참여한다.

경매가 미술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시장도 잘못 관리하면 감옥에 가는데 수백억이 오가는 경매시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시기구가 없다.

소더비나 크리스티에서는 내부자 거래로 엄청난 벌금을 내고 사법처리된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우리 경매시장은 실제 거래상황을 파악할 길이 없는 요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나아트갤러리와 갤러리현대 등 우리 화랑계의 대표적인 대형 화랑들이 각각 서울옥션과 K옥션의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도 되풀이했다.

그는 "작가를 육성하는 1차시장인 화랑의 역할이 점점 위축되고 2차시장인 경매회사만 비대해지면 우리 미술시장은 몇년 못 가서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미술품 추급권과 관련, "우리나라가 유럽의 인상파 작품을 들여올 때 막대한 비용을 추가지불해야하며, 국내 작가들도 작품 거래가 오히려 위축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동산방 화랑 박우홍 대표는 화랑들이 참여하고 있는 아트펀드에도 우려를 제기했다.

박대표는 "결국은 화랑들이 자기 화랑과 관련된 작가들의 작품을 띄우게 되는 것"이라며 "화랑은 아트펀드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일부 인터넷 미술판매 사이트에 대해서는 "그런 업체들은 시중미술품의 상당수가 위작이며 자신들이 판매하는 작품만 진품이라는 식의 잘못된 주장으로 고객을 끌어모은다"며 "화랑협회 차원에서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화랑협회의 28일 세미나는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열리며 윤진섭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의 사회로 학계, 평론계, 화랑계 인사가 주제발표와 토론에 나선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