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도피한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귀국설'이 나오던 지난 15일.오영교 동국대 총장은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체코 상공회의소와 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서였다.

출장 예정 기간은 4박5일.총장이 반드시 가야 할 사안이냐는 질문에 동국대 측은 "그렇다"고 답했다.

오 총장이 출국한 다음 날 '신정아 사건'은 상황이 급반전했다.

16일 낮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검찰에 출두했고,몇 시간 뒤 신씨가 두 달간의 도피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17일에는 동국대 총장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전격적으로 벌어졌다.

재단 이사장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동시에 이뤄졌다.

바야흐로 검찰 수사의 칼날이 동국대의 목을 겨누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오 총장은 '부재중'이었다.

검찰 수사관들이 캠퍼스에 들이닥치고 신정아씨가 귀국한 어지러운 상황에서 학교를 지휘해야 할 총장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오 총장은 지난 8월 말 느닷없이 '변 전 실장의 신정아 비호설'을 적극 진화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동국대 내부도 시끄러웠다.

교수회 소속 120명의 교수들이 이날 '이사진 총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더 이상 교수회의 이사진의 안일한 대처를 방관할 수 없다"며 영배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 전원 사퇴를 주장했다.

또한 "오 총장이 변 전 실장을 감싸고 돌았다"며 "변 전 실장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오 총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들은 총장이 없는 틈을 타 오 총장이 내건 개혁(108프로젝트) 프로그램 자체를 무력화할 기세다.

실제로 88%의 교수들은 최근 열린 교수회의에서 '오영교식 개혁'에 반기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능력에 따른 교수 연봉제,단과대 대학 평가 등 결과가 주목됐던 개혁과제마저 리더십의 부재 속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오 총장은 개인의 명예뿐 아니라 동국대의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서라도 이런 판국에 출국을 자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오 총장의 출국이 오비이락 격이 아니길 바란다.

성선화 사회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