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대부업체와 할부금융사들이 문을 닫거나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여파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로 국내 시장에서 영업을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세계적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100% 출자해 국내에 설립한 여신금융회사인 코리아센트럴모기지는 최근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전세계 모기지 자회사를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접게 됐다"며 "기존 고객에게 나가 있는 대출에 대한 서비스는 한동안 유지하지만 신규 대출영업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작년 3월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하루 평균 20억원씩의 대출 실적을 올렸으나 작년 말께부터 부동산시장 침체로 대출 수요가 꺾인 상황에서 지난 2월부터 감독당국이 주택할부금융에 대해서도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적용하면서 신규대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가장 뜨거운 시기에 주택할부금융이라는 단일 상품을 가지고 국내에 진출했다가 은행권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되자 사업을 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 전문 외국계 대부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메릴린치가 7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페닌슐라캐피탈은 지난 7월 이후 신규 대출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업체로 등록해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설립된 이후 반년 만에 5000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려 주목을 받아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자체가 어려워 대출 수요가 사라졌고 금융감독당국도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신규대출 영업을 중단하고 상환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영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가 설립한 프라임파이낸셜은 당초 3개월간의 시범영업을 거쳐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할 예정이었으나 영업 시기를 올해 말 이후로 연기했다.

한 외국계 할부금융사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위축과 각종 규제가 본격화된 2월 이후에는 외국계를 포함한 대부분의 모기지회사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