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이 주력 비즈니스를 마치 유행처럼 바꾸고 있다.

엔터테인먼트가 증시에 테마 바람을 일으키면 너도나도 엔터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자원개발이 뜬다고 하면 이번에는 자원개발로 몰려가는 식의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사업목적이 바뀌는 데 따라 주가도 널뛰기를 반복한다.

전문가들은 사업목적을 수시로 바꾸는 업체 치고 제대로 성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런 곳들은 투자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목적도 유행따라 바꾼다

17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사업목적을 한 차례 이상 변경한 기업은 모두 413개사로,작년 같은 기간(338개사)에 비해 22.2% 증가했다.

올해 사업목적 변경 기업 수는 이미 작년 연간 수치를 넘어선 수준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코스닥의 주류는 IT(정보기술) 관련 사업이었다.

그러던 것이 IT 버블기를 지나고 이른바 '황우석 신드롬'을 타면서 바이오사업이 붐을 이뤘고 다시 연예·엔터테인먼트→부동산 임대→교육·레저사업 등으로 바뀌었다.

올 들어 코스닥의 최대 테마는 단연 자원개발이다.

자원개발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코스닥 상장사는 줄잡아 50군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들어서는 철강이나 담배사업 진출도 유행이다.

사업목적을 변경하면서 아예 회사 간판까지 고쳐 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잦은 사업목적 변경은 무엇보다 주가 띄우기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자원개발 테마주가 유행일 때 이 분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기업이 자원개발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것만으로 주가는 폭등한다.

대표적 자원개발주인 유아이에너지가 지난달 중순 페인트업체를 인수,자원개발을 사업목적에 추가하자 이 페인트업체는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는 와이즈콘트롤 케이앤엔터 등이 기존 사업과 전혀 무관한 철강업을 사업목적에 넣자 역시 급등 행진을 이어갔다.

◆사업 변경 잦은 기업 되레 부실

최근 대주주의 횡령에다 잦은 M&A(인수·합병) 번복으로 물의를 일으킨 시큐리티코리아는 경비보안 업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최근 사업목적 변경 공시에서 국내외 휴양시설 개발 및 운영,프랜차이즈,전시 및 행사대행업,건축 및 전시 관련 기획서비스,재무 경영컨설팅 투자 및 자문업,인쇄 출판,광고물 제작 및 광고대행업,부동산 임대 등을 새로 추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326억원)보다 더 많은 손실(331억원)을 냈고 올 상반기에도 5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올 들어 사업목적 변경 공시를 낸 코스닥 기업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 적자를 보였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사업목적이 많다는 것은 주력 사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뜻이며 오히려 부실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