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건설 대표이사직을 조만간 사퇴한다.

'보복폭행'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자숙의 뜻을 나타내는 한편 향후 불거질 수 있는 법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그러나 한화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르면 다음 달께 해외로 출국,쇠약해진 심신을 치료하고 '글로벌 경영'을 점검하는 방안을 그룹 차원에서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16일 "최근 사법처리 수순이 마무리됨에 따라 그 후속조치로 김 회장이 한화건설 대표이사직을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해 집에서 요양중인 김 회장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각종 현안을 보고받고 숙의 중"이라며 "조만간 그룹 현안에 대한 중·장기 관리 방안도 함께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안팎에선 다음 달 초 사퇴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회장이 한화건설 대표이사직을 물러나는 것은 금고 이상의 판결을 받은 등기이사를 3개월 내 교체하지 않으면 건설업 면허가 취소되기 때문(건설산업기본법)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이 계열사 대표이사직 사퇴 압력 여론과 관련 법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서둘러 한화건설 대표이사직을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다.

이로써 김 회장은 앞으로 5곳의 계열사 대표이사직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당초 ㈜한화 대표이사직만을 맡고 있다가 올해 초부터 글로벌 경영을 선포한 뒤 한화종합화학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드림파마 한화건설 등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도 겸직해왔다.

보험업법을 적용받는 대한생명의 경우에는 법적 쟁점을 피할 수 있다.

김 회장이 아직 대한생명의 대표이사에 올라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보험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는 법규로 인해 김 회장은 당분간 대한생명의 대표이사직을 맡을 수 없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본격 경영복귀에 앞서 일정기간 '휴지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김 회장이 건강을 추스르고 경영구상을 가다듬기 위해 해외로 출국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의 해외 신병 치료가 검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계 당국의 양해를 얻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김 회장에 대한 출국 허가가 이뤄지면 해외에서 서너달 동안 머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상태여서 출국하려면 보호관찰소 허락을 받아 출입국관리소에 신고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 회장이 곧바로 경영일선에 복귀하지 못함에 따라 금춘수 경영기획실장(부사장)과 ㈜한화 대한생명 한화석유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중심으로 한 책임경영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의 새 기업이미지(CI) 광고를 포함한 대외홍보활동과 교착상태에 빠졌던 글로벌 프로젝트도 시차를 두고 재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