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함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항공ㆍ해운 등 유가에 민감한 업종 기업들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등 비용 상승을 막기 위한 각종 고육책을 내놓고 있으며 정유업계도 연일 치솟는 휘발유ㆍ경유 소비자가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연료비가 매출원가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업계는 최근 급등하는 유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단ㆍ장기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통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300억원, 아시아나는 140억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고유가에 대처하기 위해 경제 속도 및 고도 준수, 탑재 물품 줄이기 등 유류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항공기를 운행하고 있으며 고유가가 지속할 경우 비수익 노선의 항공편수를 줄이거나 노선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인천 율도에 자체 항공유 비축기지를 갖고 있으며,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도 항공유를 비축해 놓고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가 수지에 많은 부분을 좌우하는 까닭에 연초 계획에 고유가 부문을 미리 반영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고유가가 일시적인 것인지 지속적인 것인지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해운업계의 경우 선박운영에 쓰이는 벙커C유가 국제유가와 직접적으로 연동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가격상승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외항선사들은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 유가가 상대적으로 싼 지역에서 연료를 집중적으로 공급받아 연료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경제속도로 선박을 운항해 연료 소모를 줄이고 있다.

이와 함께 한진해운은 일정 연료물량에 대해 헤징 등의 재무기법을 활용, 유가 변동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현대상선은 연료유 역경매시스템을 통해 최저가의 유류를 공급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휘발유.경유 등의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눈총을 사고 있는 정유업계도 유가가 다시 주목을 받자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휘발유의 경우 판매가격의 약 60%가 세금이고 나머지 중에서도 90%는 원재료 값이기 때문에 정유사가 개입해 조정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적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거두었으면서도 드러내놓고 좋아하거나 자랑하지 못하고 있다.

정유업체들은 내수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서 이윤이 많지 않으며 대부분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것이라고 설명을 해도 감정적인 상태인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지만 규모의 경제를 갖추어 가격을 낮추거나 셀프주유소를 확대하는 등 유가 상승기에 고객의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을 하는 한편 수소스테이션 건설 등과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과 해외 자원개발에도 힘을 쓰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자동차 업계는 유가 상승이 자동차 연료비 상승과 전반적인 경제상황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를 위축시키는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이 '고유가'에 익숙해져있는 만큼 더 이상의 상승 없이 현재 유가가 유지된다면 현재의 자동차 내수판매 추이는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는 않지만 현재의 유가수준에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는 만큼 당장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업계는 고유가 국면이 계속될 경우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은 경차나 소형차를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분위기가 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제품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포스코는 석유가 아닌 유연탄를 연료로 쓰기 때문에 유가 급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고 있다.

유연탄은 4월1일을 기준으로 연간 수입가격이 정해져 있으며 사용 전기량의 80%도 자가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다만 고유가 추세가 이어지면 내년도 유연탄 수입가격이나 전기료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용연료의 효율을 높이는 등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혜택을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상 유가가 오를 경우 비용 문제로 미뤄졌던 해양 유전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유전 개발을 위한 해양 플랜트에 이용되는 선박형태 시추선인 드릴십과 반잠수식 시추선,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인 FPSO 등의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가급등세가 지속됐던 지난 2-3년간 각 조선업체의 해양플랜트 수주실적이 늘어난 것이 이를 반영한다.

삼성중공업[010140]의 경우 지난 2004년 2억 달러에 불과했던 해양플랜트 수주실적이 2005년 15억 달러, 지난해 46억 달러, 올해 1-8월 51억 달러 등으로 급증했으며 대우조선해양[042660]도 2004년 6천만 달러, 2005년 14억7천만 달러, 지난해 42억3천만 달러, 올해 1-8월 21억8천만 달러 등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조선업계는 또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유조선과 원유 대체 연료인 LNG, LPG선의 수주도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가 감산이 아닌 수요증가에 따른 것이라면 자연히 원유를 운반하는 유조선의 수주도 늘 수밖에 없으며 동시에 LNG, LPG의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