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복분자주는 국순당이 주류업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이른바 '농산 협력' 체제로 만든 술.농민들이 복분자를 재배하고 국순당이 생산 및 유통을 책임 지는 방식이다.

이 술은 전북 고창 농민 420명이 15억3000만원을 대고 국순당이 6억원을 출자한 농산 합작 기업 '국순당 고창명주'가 생산했다.

농민 7,국순당 3의 지분율대로 양측이 수익을 나눠 갖는다.

국순당은 농민이 사실상 '주인'인 명작 복분자주에 이어 1대 주주의 지분을 갖는 농산 합작 술도 내놨다.

지난해 6월 시판한 '명작 오가자주'가 그것.강원도 정선군 농민 지분이 3이며 국순당 측 몫이 7이다.

농산협력 체제는 일단 '합격'이다.

우선 농민과 기업이 상생하는 길을 터 줬다.

농민들에겐 생산 작물을 전량 처분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수익도 나눠 갖게 됐다.

명작 오가자주의 주주인 정선군 농민들은 이미 출자금을 전액 회수했다.

국순당도 좋은 발효주에 필요한 최상급 오가자와 복분자 등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농민의 생산력과 기업의 제품력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국순당은 현지 과수원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내년에는 또 다른 지역 농민들과 협력 생산하는 전통주를 내놓을 계획이다.

신제품 '명작 상황버섯주'와 '명작 오미자주'는 산지에서 원료를 직접 구입해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국순당은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성과를 평가해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과실주를 망라하는 명작 시리즈는 '전통주의 복원'이란 국순당의 사시(社是)와도 맞아떨어진다.

일제 시대 주세법이 등장하기까지 600여 종의 술이 생산 판매됐을 만큼 한국은 원래 다양한 술의 천국이었다.

배 사장은 "명작 시리즈는 우리 회사 미래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국내 시장이 안정되면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순당이 넘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

여전히 단맛이 강한 전통 과실주는 과실 본연의 맛으로 인기를 얻을 때 대박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과실주 와인도 초기에는 달았지만 소비자의 입맛이 진화해 이제는 포도 특유의 맛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복분자주 등 전통 과실주에 잘 어울리는 한국 음식도 찾아내 알려야 한다.

역사적으로 술과 음식은 한 묶음으로 성장해 왔다.

명작 시리즈 시판은 국순당 경영 전략의 변화를 시사한다.

10여년간 약주 백세주에 집중해 오던 데서 다양한 제품의 생산·판매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배 사장은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주류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변화의 진짜 동인(動因)은 백세주의 추락이다.

1992년 시판된 백세주는 2003년 매출 1311억원까지 솟구쳤다가 감소세로 급반전,올 상반기 매출은 321억원에 그쳤다.

'순한 소주' 열풍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배 사장은 변화 타이밍을 일순 놓쳤다고 실토한다.

그는 "재빨리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명작 시리즈를 좀 더 일찍 준비했더라면 이 같은 상황에 봉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비자의 니즈를 따라가야 했는데,우리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졌다"고 회고했다.

한 걸음만 물러나면 보이는데 전통주 업계 1위라는 사실에 안주한 나머지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순당은 최근 백세주 부활 작업에도 착수했다.

우선 전통주와 음식을 파는 외식 사업체인 '백세주 마을'을 전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 7호점인 대학로점을 열었고 다음주에는 부평점을 개점한다.

대구와 부산 등에도 연내 점포를 추가할 예정이다.

'백세주 마을' 한 곳의 매출이 일반 업소 100여개 점과 맞먹는다.

'백세주 르네상스'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해외 마케팅도 강화해 연간 50억원 수준에서 정체 상태인 수출 규모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순당은 이를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등에 현지법인인 백세주 아메리카,백세주 재팬,베이징 백세상무유한공사를 각각 설립했다.

베이징에는 우리 술과 음식을 파는 '백세주가'도 열었다.

교민 중심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도 수정했다.

덕분에 캐나다에서는 아시안계 매출이 소폭 늘고 있다.

우리 음식을 즐기는 외국인이 늘고 있는 것도 수출 전망을 밝게 한다.

백세주는 올 들어 해외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

지난 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적 주류박람회인 프로드 엑스포 2007에서 '강장 백세주'와 '백세주'가 금상과 은상을 각각 받았다.

백세주의 항산화 효능이 와인에 조금도 뒤지지 않으며 맛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국순당은 와인이 국내 술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 상황을 오히려 우리 전통주의 성장 가능성을 높여 주는 계기로 받아들인다.

국산 발효주가 비로소 '제대로 된 경쟁 상대'를 만났다는 것이다.

약주 시장도 20년 전 20억원 규모에서 백세주를 비롯 다른 약주들이 시판되며 이제는 2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