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미국발 악재로 1800대 초반까지 내려앉은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리스크 요인들도 산적해 있다며 당분간 위험관리에 주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시장에서 지지선을 결정지을 만한 변수와 변동성에 영향을 줄만한 추가적인 리스크 요인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신증권 최재식 연구원은 11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중국 증시의 숨고르기 가능성 △증시 체력 둔화 △엔화의 강세를 지지선 결정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상하이종합지수가 누적 상승률 50%라는 부담을 안고 있어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 6~7월 상승국면과 달리 거래대금회전율 등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국내 증시의 체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다, 캐리트레이드의 주요 통화인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최 연구원은 "이같은 변수들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이 추가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면서 "엔/달러 환율이 전저점을 지킬 경우 지지선은 1780포인트 전후, 지지 실패시에는 1730포인트 전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증권은 상승하고 있는 곡물가격과 유로 및 일본경기의 부진 등이 시장의 변동성을 추가로 높일 수 있는 요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육류(돼지고기) 가격은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세계적으로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또다른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이 증권사 이인구 연구원은 "이날 발표 예정인 중국 CPI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보다 우호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유럽의 주요 경기 지표들이 시장전망을 밑돌고 있다"면서 "과거 미국의 금융위기에 시차를 두고 유럽이 더 큰 경기하강을 경험했었단 점 등에서 이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전날 발표된 2분기 GDP 성장률이 -1.2%로, 시장 예상치인 -0.7%를 크게 하회했다고 소개.

이 밖에 한국투자증권은 유가 추이를 주목해야할 변수로 제시했다.

유가가 전고점을 넘어 신고가 랠리를 펼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각국 통화정책의 유연성이 떨어져 글로벌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

국제유가의 경우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10월 인도분 가격이 77.49달러로 오름세로 마감했다. 공급의 상대적 위축이 우려되면서 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소민재 연구원은 "유가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어느덧 두자릿수대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엔 중국의 긴축이 앞당겨지고 미국 통화정책이 경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OPEC의 생산쿼터 동결로 유가의 단기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이는 곧 증시에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소 연구원은 "매수 접근을 유보하고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틸리티 및 통신 등 경기 방어적인 업종에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