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협조 분위기..경영 타격 심각하게 우려

금융감독당국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유도에 대해 카드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카드사들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대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 금융감독당국의 강력한 권고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맹점 수수료 인하 대상이 일반 가맹점까지 확대되고 인하폭도 클 경우 경영 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과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원가산정표준안을 토대로 한 전반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두고 적용 대상과 인하폭을 개별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먼저 간이과세자를 기반으로 한 영세가맹점에 대해 평균 1%포인트 정도의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과 체크카드 수수료를 신용카드보다 낮게 책정하는 데 대해선 이견이 없어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문제에 대해선 카드사들이 금융감독당국과 개별적으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원가산정표준안을 그대로 적용해 일반가맹점에 광범위하게 수수료를 내리면 카드사의 손익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견 조율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 전업계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는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인하하면 카드사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카드사들의 흑자 기조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좀 더 감안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대형마트.주유소 등과 같은 대형가맹점에 대해 수수료를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반가맹점에 대해 수수료를 인하하면 카드사의 손익구조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감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원가산정표준안에 따른 일반가맹점의 범위는 전체 가맹점의 70~80% 선이고 이들이 카드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미만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카드수수료 인하가 카드사의 경영 실적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방향으로 연결되길 원하지 않고 있어 일반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폭은 영세가맹점에 비해선 작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원가산정표준안을 토대로 수수료를 조정하되 카드사들이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을 감안해 수수료 인하폭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미다.

한 카드사 대표는 "일반가맹점 수수료 조정은 여타 논점에 비해 이견이 많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하지만 카드사의 경영 실적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는 선에서 금융당국과 카드사가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이르면 9월 중 가맹점수수료 인하 방안을 마련, 10월중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