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은 금호아시아나에 꼭 필요한 기업이다. 가격만 맞으면 인수하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대한통운 인수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이 대한통운에 대한 인수·합병(M&A) 계획안을 허가한 데 화답한 셈이다.

박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아시아나 프라자'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법원이 대한통운 M&A를 위한 주간사 선정에 들어간 만큼 우리도 채비를 갖출 것"이라며 "대한통운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통운 예상 매각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것을 의식한 듯 "다만 '적정한 인수가'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STX CJ 두산 한진 롯데 신세계 등 만만치 않은 대기업들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당초 1조~2조원으로 점쳐지던 매각가격이 3조~4조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박 회장은 적정 인수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입찰까지 시간이 많은 만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오남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장은 "'얼마나 높은 인수가격을 써냈느냐'가 인수기업을 결정하는데 70%를 차지한다면 나머지 30%는 '대한통운을 잘 키울 능력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일단 금호아시아나는 '가격외 요건' 측면에서 최적의 인수후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통운의 육상물류를 보완해주는 등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되는 점 △이미 중국 등지에 진출한 금호타이어 등이 대한통운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 △대한통운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마무리짓는데 대우건설과 금호건설이 도울 수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오 사장은 "지금도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에 참여하겠다는 재무적 투자자가 많은 만큼 인수자금 조달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인수하게 되면 구조조정 등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현재 5% 수준인 영업이익률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STX그룹에 대해선 "물류보다는 조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중 매각절차가 본격화될 대우조선해양에 더 매력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이종철 STX팬오션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대한통운 사업의 60%는 창고 및 육상운송인 만큼 STX의 해운·물류 사업과 궁합이 잘 맞는다"며 "무리할 생각은 없지만 적정가격에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통운은 미국계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25.95%) STX팬오션(14.73%) 금호산업(14.11%) 등이 주요 주주를 이루고 있으나,법원은 '지분 50%+1주'에 해당하는 신주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한 뒤 새 주인에게 회사를 넘길 계획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