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과 함께하는 알기쉬운 경제] 금융시장 쏠림현상 거품 일으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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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계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워지자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에 나섰다.
이러한 '쏠림현상'으로 인해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금융시장에선 이 같은 쏠림현상이 종종 목격된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막연히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자금을 과도하게 차입해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투자자들보다 금융시장에 관한 정보를 많이 보유한 금융기관도 '쏠림' 행태를 보일 때가 있다.
2002∼2003년 신용카드회사 등 금융기관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개인의 신용도에 대한 엄격한 심사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가계대출을 무분별하게 확대했다.
이는 금융기관 부실자산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졌고 장기간 가계소비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쏠림현상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과 거시경제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상승하거나 하락함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가계와 금융기관의 부실이 증대된다.
금융기관들이 쏠림 행태를 보이면 경제부문별 또는 경기순환 국면별로 신용을 과다 또는 과소하게 공급함에 따라 자금 배분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부실자산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이 가계대출을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또 경기호황기에 신용을 과다하게 공급하면 이후 부실자산이 증가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되며 불경기 때 신용 공급을 크게 축소해 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쏠림현상은 어떤 요인들에 의해 초래되고 확대될까.
먼저 경제주체 간 정보 보유의 격차가 확대되는 경우 빈번히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보를 적게 보유한 경제주체는 자신보다 정보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경제주체를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금융기관이나 외국인의 투자를 추종하거나,소규모 금융기관이 대형 금융기관을 따라하는 행태가 이러한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주체 간 정보 보유의 격차는 정보 공개가 불투명하게 이뤄지거나 소규모 경제주체가 정보를 획득하는 비용이 높을 때 확대된다.
또한 쏠림현상은 경제주체들이 단기수익을 중시할 때 확대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장기수익을 중시한다면 장기 펀더멘털을 고려해 투자하지만 단기수익을 중시하는 경우 시장의 단기적 변동에 따라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쏠림 행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기관들이 시장선도자로서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을 할 경우에도 쏠림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
금융기관들이 시장점유율 확대 경쟁을 하는 경우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고 자산을 확대하려는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여러 금융기관에서 자산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아울러 금융시장 내 풍부한 유동성은 쏠림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는 작용을 한다.
단기 유동성이 금융기관 및 금융상품 간에 대규모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해외부문을 통한 자금유입 확대 등으로 인해 유동성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유동성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쏠림현상이 나타나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끝으로 쏠림현상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쏠림 행태로 인해 보유자산이 부실화되는 경우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정책당국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인들에 비춰볼 때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선 어떤 방안들이 마련돼야 할까.
우선 경제주체 간 정보 보유의 격차가 축소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은 개인투자자,중소기업,소규모 금융기관 등이 거시경제 관련 정보 및 기업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강화해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장기수익을 중시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금융기관의 장기수익성을 반영해 경영진의 보상구조를 설계하는 한편 대출 담당자도 장기실적을 바탕으로 평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책당국은 은행의 수익이 내부유보를 통해 자기자본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금배당보다 주식배당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기관들이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배경에는 시장지배력 확대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동기가 부분적으로 있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공정거래질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규모의 유동성은 금융거래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실물경제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유동성이 과다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유동성이 과다한 상태에서 특정 부문으로 유동성이 집중되는 것을 막을 경우 다른 부문으로 유동성 공급이 증대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이처럼 미시적으로 자금흐름을 조절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책당국은 유동성 총량이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를 줄이기 위해선 금융기관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 경영진에게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등 책임경영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강종구 < 한은금융연구소 금융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