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MBA 첫 졸업생을 배출한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은 졸업생 전원이 취업했는데,이들의 평균 연봉이 입학 전보다 50% 이상 높아졌다고 밝혔다.

또 졸업생 절반 이상이 경력이 전혀 없는 분야로 전직하는 데 성공했으며, 기존 직무와 관련된 분야로 취업한 경우 높은 직급 상승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발표만 놓고 본다면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은 '마술 지팡이'나 '요술램프'만큼이나 신비롭고 매력적인 존재다.

그러나 기업들에 인재를 추천해 주는 헤드헌팅회사 대표의 관점에서 보면 이 발표는 국내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MBA 졸업생에 대해 일반 대학원 졸업생처럼 1년 정도의 경력을 인정해 주고 있다.

물론 글로벌 TOP10이나,미국 TOP5 대학의 MBA 출신자들을 파격적으로 대우하는 곳도 있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몇몇 세계적 경영컨설팅회사는 유명 MBA 졸업생들을 억대 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하고,경험이 없는 분야에 전격 배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부일 뿐이다.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가 지난해 4월 294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는 MBA 출신자들을 특별 보상하지 않고 있었고,58%는 앞으로도 특별보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학력에 대한 부담이 있거나 브랜드가 약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MBA를 '극적인 자기 경력 발전의 계기'로 생각하지만,기업들은 이러한 신데렐라적 발상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인사 담당자의 55%는 '명문대 MBA를 졸업했다면 학부와 무관하게 채용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라고 응답했다.

특히 '이전 경력과 관계없이 유명 MBA를 마쳤다면 채용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무려 83%가 '채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국내 기업들은 MBA 졸업생들을 교육보다는 선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즉 1~2년의 MBA 과정을 통해 개발된 능력보다는 까다로운 선발과정과 빡빡한 교육과정을 통과한 사람이 갖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기초능력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기업들은 명문대 MBA를 졸업했다고 해서 파격적 보상이나 직급을 부여하기보다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조직의 핵심 인재로 키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MBA는 잘 짜여진 자기계발과 재충전의 과정이기 때문에 몸값을 높이려거나 직무를 바꾸려는 직장인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존재다.

그러나 MBA를 통해 단번에 직업이나 직무를 바꾸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MBA가 직업과 직무를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그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력은 하루아침에 뒤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정진해야만 제대로 된 경력을 구축할 수 있다.

MBA는 경력을 개발하고 목표를 향해 한 단계 도약하는 좋은 출발점이지 결코 완결점은 아니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