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부풀리기에 허위용역 계약 다반사
폐업직전 `퇴직금 명목' 6억 가져가기도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의혹을 사고 있는 김상진(41)씨가 6일 검찰에 긴급체포됨으로써 그가 각종 사업에서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와 그 사용처가 규명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부산지검이 대출보증 사기와 연산동 재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횡령 등을 조사하면서 밝혀낸 김씨의 돈 빼돌리기 수법은 땅값 부풀리기는 물론이고 유령계약이나 이중계약 등 건설현장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비리를 모아놓은 `백화점' 수준이라는 것이 수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검찰이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김씨를 다시 긴급체포하면서 제시한 부산은행 관련 사기 혐의도 허위계약서를 이용한 자금 빼돌리기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김씨의 돈 빼돌리기 수법을 유형별로 정리했다.

▲땅값 부풀리기 = 김씨가 가장 많은 돈을 빼돌린 방법은 각종 서류를 위조해 연산동 재개발사업지의 땅을 실제보다 더 높은 가격에 샀다고 부풀리는 것이었다.

지난해 1월 하순 조모씨 소유의 170㎡를 2억4천900만원에 매입계약하고도 4억9천800만원에 산 것처럼 계약서와 매도동의서 등의 서류를 위조해 차액을 챙겼고 같은 해 9월에는 165㎡의 땅을 가진 김모씨와 4억4천431만여원에 매매계약하고는 6억8천161만여원에 사들인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차액 2억3천730만여원을 빼돌렸다.

특히 지난해 1월 재개발 대상지 내 5개 필지 2천여㎡는 소유주인 모 기업주와 그 가족들이 팔지도 않았는데 매매계약서와 도장,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통째로 위조해 `있지도 않은 계약'을 만들어 54억9천여만원을 가로챘다.

김씨가 이같은 방법으로 빼돌린 돈의 규모는 재향군인회 브리지론 225억원, 시행사인 P사가 보증을 선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157억원 등 모두 382억원에 이른다.

▲유령.이중계약 = 김씨는 또 존재하지도 않는 용역계약을 맺은 것처럼 속여 돈을 빼돌렸는데 그가 차명으로 운영하고 있던 H개발이 그 창구로 이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에는 I사가 H개발과 토지매수 용역계약을 맺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P건설과 D토지신탁에 제출, 용역비 명목으로 모두 18억4천여만원을 받아 H개발로 송금한 뒤 횡령했다.

또 H개발이 재개발 부지내 집 등 지장물을 철거하는 공사를 맡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14억여원을 받아낸 뒤 실제 철거업체인 S사에는 7억여원만 주고 나머지 7억여원을 빼돌렸다.

또 그가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인 H토건이 연산동 재개발사업 프로젝트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만들어 35억7천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지난 5월에는 모 구청 소유의 땅을 연산동 재개발 아파트 분양을 위한 모델하우스를 짓는데 사용한다고 5억1천만원에 빌리고는 9억5천여만원에 빌린 것처럼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 4억8천200여만원을 그가 차명으로 운영하던 H개발로 입금해 가로챘다.

김씨는 또 7월 4일 수영구 민락동 놀이공원 미월드 부지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산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680억원 중 토지매입용역비 27억5천만원을 허위 계약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폐업 앞두고 `퇴직금' 등 집중적인 자금 횡령 = 김씨는 지난해 8월께 H토건과 J건설 등 2개 사에 대한 부산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아 50억원 상당을 추징당하게 되자 폐업하기로 마음먹은 뒤 이들 회사의 자금을 집중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H토건 등 2개사를 올해 3월에 폐업해 추징금을 내지 않았다.

폐업을 앞둔 2월말 H토건이 공사대금을 받아야 할 돈 5억5천만원을 그가 차명으로 운영하던 H개발이 받도록 해 빼돌렸다.

H개발이 H토건과 계약을 하고 공사를 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대신 받은 돈을 빼돌린 것이다.

그는 또 자신의 퇴직금 명목으로 H토건의 자금 6억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올해 1월 그는 직원에게 "내 퇴직금으로 6억원을 지급하라"고 지시해 받아갔다.

당시 직원이 "그 금액은 퇴직금 액수로 맞지 않아 세무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으나 "대표이사가 그동안의 공로로 받아간 것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가 받아간 퇴직금에 대한 각종 세금도 H토건이 원천징수해 납부해야 하는데 얼마 뒤 폐업하는 방법으로 내지 않았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