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역대 어느 회담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7일 오후 호주 시드니 인터콘티넨탈 호텔 2층 프리미어룸에서 여덟 번째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은 북한 핵을 비롯, 남북정상회담, 한미동맹 관계, 이라크.아프간 중동평화 문제,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대테러 국제연대, 환경 및 재난구조, 초국가적 범죄 및 전염병 퇴치 등 다양한 의제를 놓고 진행됐다.

약 55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양 정상은 폭넓은 의제에 대해 밀도 있고 속도감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는 후문이다.

짧은 시간에 광범위한 의제를 놓고 `솔직한' 얘기를 나눴고, 회담 분위기는 우호적이었으며 따뜻했다고 배석한 백종천 안보실장은 말했다.

청와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역대 어느 회담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서 "양측이 무엇을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회담을 마치고 15분간 `언론회동'(press availability) 형식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을 `Mr. President'로,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대통령 각하'로 호칭하면서 회담결과를 설명했다.

회담 결과의 설명은 부시 대통령이 먼저 시작했으며, 뒤를 이어 노 대통령이 화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부시 대통령은 아프간.이라크에서의 한국군의 노력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에서 만나시면 그가 우리와 함께 한 약속들을 지속적으로 이행해달라고 말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노 대통령에게 `우리 둘이 친한 친구 사이니까 내 뜻을 (김 위원장에게) 잘 전달해 달라'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아프간 등 중동평화와 관련해서도 양 정상은 `덕담'을 나눴다고 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노 대통령 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으며, 이에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전략적 결단이 주효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북한 지도자가 핵 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고 전면 철회할 경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면서 "동북아에 있어 평화체계를 새롭게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에 대해 `낙관적'(Optimistic)으로 생각하고..."라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에 대해 높게 평가한 뒤 "남북관계와 6자회담이 상호보완적으로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렸다"고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의 `선순환' 구조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을 바라보며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해 말씀을 빠뜨리신 것 같은데 우리 국민이 듣고 싶어하니까 명확히 말씀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달려있다.

무기를 없애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고 답하자, 노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면서 "김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은 그 다음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면서 재차 부시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렸다.

부시 대통령은 "더 이상 어떻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제하면서 "한국에서 전쟁을 우리가 끝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무기 검증이 가능하도록 폐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의 질문과 부시 대통령의 답변 과정에서 다소 `미스'가 있었던 것과 관련, 정부 관계자는 "미 국무부측에서 `통역상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에서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지만 혼란이 있어 공개한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했던 발언을 소개했다.

부시 대통령은 "저의 목적은 평화조약(Peace treaty)을 통해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한국전쟁을) 끝내야 하고 끝낼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그가 가지고 있는 (핵)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는 것.
이날 회담에 미국측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 제프리 제임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안보 부보좌관, 댄 프라이스 NSC 국제경제담당 안보 부보좌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데니스 와일더 NSC 동아태 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우리측에서는 송민순 외교장관, 백종천 안보실장,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김대유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천호선 대변인, 조병제 외교부 북미국장, 박선원 안보전략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시드니연합뉴스) 성기홍 김종우 기자 sgh@yna.co.kr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