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韓 로버트 루빈 씨티 회장 "세계 금융시장 아직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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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는 리스크(위험)를 너무 경시한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나서는 것은 시장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내며 아시아 외환위기를 해결하는 데 직접 관여했던 로버트 루빈 씨티 회장은 6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가진 강연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초래되고 있는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를 이같이 진단했다.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은 위험을 좀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하고,투자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분위기를 중앙은행이 깨뜨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위험 경시로 위기 자초
루빈 회장은 "장기간 호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높은 투자이익을 거두는 데 취해있다 보니 위험요인에 둔감해졌다"며 "1990년대 말 동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외환위기와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호황기에 빠진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대해 덜 생각하거나 무시하게 됐고,이에 따라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양떼행동과 같은 행태가 나타나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기업들의 최근 PER(주가수익률)와 ROA(총자산순이익률)는 1990년대보다 50% 정도가 높았고 몇 년 전에 비해서도 25% 이상 높았다.
투자수익률이 높아진 만큼 나중에 수익성이 악화될 위험성이 커진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투자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미국 경제에 대해 루빈 회장은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채무불이행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등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미국이 맞닥뜨린 위기 상황을 생각해볼 때 지금은 (투자에) 신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강점이 많기 때문에 지금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며 "우리의 미래는 앞으로의 정치 시스템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1997년 금융위기를 정치적인 결단과 리더십으로 극복했듯 미국도 대통령 선거 등을 거치면서 어떤 정치적인 결단을 내릴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인하는 모럴 해저드 초래
루빈 회장은 만약 지금도 공직에 있다면 어떤 정책을 취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버냉키 의장이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금리를 내리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FRB가 도와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시장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금리를 내릴 경우 소비가 다시 늘어나면서 무역적자 를 더욱 악화시키는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전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대단히 큰 위험은 아니지만,위험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회사도 기업가정신 필요
루빈 회장은 "한국의 골드만삭스가 되려면 한국에서 먼저 역량을 충분히 갖춘 뒤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탄탄한 만큼 금융회사들이 국내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국제 시장에 진출해야 입지를 다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강력한 금융회사가 되려면 '기업가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중국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일본은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화 시대에 시장을 계속 개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호주의는 어려움만 가중시키기 때문에 급변하는 세계에서 안주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 등 민간 분야도 해외 시장에 더욱 깊숙이 편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루빈 회장은 "한국이 튼튼한 경제·문화적 기반을 가지고 있고 미국처럼 강력한 교육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라면서도 교육제도는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 대학 등에 대한 지원은 결코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근면하고 직업의식이 투철한 만큼 교육제도만 충분히 보완되면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용력 있는 지도자 필요
루빈 회장은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회상하며 "위기에 맞서는 그의 용기와 현명함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없었다면 한국이 지금처럼 고도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은 앞으로도 빠른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저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말 한국의 대선에서는 어떤 유형의 지도자가 선출돼야 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정치적인 단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정인설/황경남 기자 surisuri@hankyung.com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나서는 것은 시장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내며 아시아 외환위기를 해결하는 데 직접 관여했던 로버트 루빈 씨티 회장은 6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가진 강연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초래되고 있는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를 이같이 진단했다.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은 위험을 좀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하고,투자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분위기를 중앙은행이 깨뜨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위험 경시로 위기 자초
루빈 회장은 "장기간 호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높은 투자이익을 거두는 데 취해있다 보니 위험요인에 둔감해졌다"며 "1990년대 말 동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외환위기와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호황기에 빠진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대해 덜 생각하거나 무시하게 됐고,이에 따라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양떼행동과 같은 행태가 나타나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기업들의 최근 PER(주가수익률)와 ROA(총자산순이익률)는 1990년대보다 50% 정도가 높았고 몇 년 전에 비해서도 25% 이상 높았다.
투자수익률이 높아진 만큼 나중에 수익성이 악화될 위험성이 커진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투자자들이 외면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미국 경제에 대해 루빈 회장은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채무불이행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등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미국이 맞닥뜨린 위기 상황을 생각해볼 때 지금은 (투자에) 신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강점이 많기 때문에 지금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며 "우리의 미래는 앞으로의 정치 시스템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1997년 금융위기를 정치적인 결단과 리더십으로 극복했듯 미국도 대통령 선거 등을 거치면서 어떤 정치적인 결단을 내릴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인하는 모럴 해저드 초래
루빈 회장은 만약 지금도 공직에 있다면 어떤 정책을 취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버냉키 의장이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금리를 내리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FRB가 도와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시장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금리를 내릴 경우 소비가 다시 늘어나면서 무역적자 를 더욱 악화시키는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전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대단히 큰 위험은 아니지만,위험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회사도 기업가정신 필요
루빈 회장은 "한국의 골드만삭스가 되려면 한국에서 먼저 역량을 충분히 갖춘 뒤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탄탄한 만큼 금융회사들이 국내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국제 시장에 진출해야 입지를 다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강력한 금융회사가 되려면 '기업가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중국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일본은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노동 유연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화 시대에 시장을 계속 개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호주의는 어려움만 가중시키기 때문에 급변하는 세계에서 안주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 등 민간 분야도 해외 시장에 더욱 깊숙이 편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루빈 회장은 "한국이 튼튼한 경제·문화적 기반을 가지고 있고 미국처럼 강력한 교육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라면서도 교육제도는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 대학 등에 대한 지원은 결코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근면하고 직업의식이 투철한 만큼 교육제도만 충분히 보완되면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용력 있는 지도자 필요
루빈 회장은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회상하며 "위기에 맞서는 그의 용기와 현명함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없었다면 한국이 지금처럼 고도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은 앞으로도 빠른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저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말 한국의 대선에서는 어떤 유형의 지도자가 선출돼야 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정치적인 단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정인설/황경남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