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신당의 경선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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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와 5위의 순위가 바뀌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괜히 순위를 발표해 문제만 커졌다." "결국 국민경선위원회만 바보되는 것 아니냐."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5일 오후 10시.예선 득표 수와 득표율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찾아간 서울 당산동 대통합신당 중앙당사 회의실.경선을 주관한 국민경선위의 한 의원과 핵심 당직자 두 명이 컷오프 결과를 놓고 이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회의실 문이 굳게 잠겨 있어 이들 세 명이 나눈 얘기는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자는 소위 '귀대기'(벽에 귀를 대고 듣는 것)를 통해 대화 내용을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국민경선위가 앞서 공개한 후보들의 순위가 사실과 다르게 발표됐다는 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공개하지 않겠다던 후보들의 상세 득표 수가 새어나온 것은 이날 오후 8시30분.일부 방송사가 후보 캠프 측으로부터 입수했다는 득표 수와 득표율을 보도했지만 이는 곧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경선위는 기자들의 사실 확인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민경선위 부위원장을 맡으며 관련 사실을 언론에 공표했던 이목희 의원은 종적을 감췄다.
결국 자정 무렵이 돼서야 모습을 드러낸 이 부위원장이 기자들에게 결과를 털어놨다.
4위 한명숙 후보와 5위 유시민 후보 사이의 순위가 뒤집혔다는 것이다.
국민경선위가 집계상의 오류를 확인한 것은 오후 9시.이후 무려 3시간 동안 국민경선위는 후폭풍을 두려워하며 사실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국민경선위는 잘못에 대한 사과보다는 문제의 축소와 책임전가에만 몰두했다.
"당직자의 단순한 실수"(A 의원) "기자들의 요구로 후보 순위를 공개해 이런 결과가 생겼다"(이 부위원장)는 변명뿐이었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닌데 순위도 제대로 집계 못한 실수가 '단순한' 것인지는 논외로 하자.언론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면 잘못된 결과가 그대로 묻힐 뻔 했던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론 탓부터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한심한 행태다.
곱셈을 제대로 할 머리도,잘못을 떳떳이 밝히고 사과할 양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5일 오후 10시.예선 득표 수와 득표율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찾아간 서울 당산동 대통합신당 중앙당사 회의실.경선을 주관한 국민경선위의 한 의원과 핵심 당직자 두 명이 컷오프 결과를 놓고 이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회의실 문이 굳게 잠겨 있어 이들 세 명이 나눈 얘기는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자는 소위 '귀대기'(벽에 귀를 대고 듣는 것)를 통해 대화 내용을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국민경선위가 앞서 공개한 후보들의 순위가 사실과 다르게 발표됐다는 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공개하지 않겠다던 후보들의 상세 득표 수가 새어나온 것은 이날 오후 8시30분.일부 방송사가 후보 캠프 측으로부터 입수했다는 득표 수와 득표율을 보도했지만 이는 곧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경선위는 기자들의 사실 확인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민경선위 부위원장을 맡으며 관련 사실을 언론에 공표했던 이목희 의원은 종적을 감췄다.
결국 자정 무렵이 돼서야 모습을 드러낸 이 부위원장이 기자들에게 결과를 털어놨다.
4위 한명숙 후보와 5위 유시민 후보 사이의 순위가 뒤집혔다는 것이다.
국민경선위가 집계상의 오류를 확인한 것은 오후 9시.이후 무려 3시간 동안 국민경선위는 후폭풍을 두려워하며 사실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국민경선위는 잘못에 대한 사과보다는 문제의 축소와 책임전가에만 몰두했다.
"당직자의 단순한 실수"(A 의원) "기자들의 요구로 후보 순위를 공개해 이런 결과가 생겼다"(이 부위원장)는 변명뿐이었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닌데 순위도 제대로 집계 못한 실수가 '단순한' 것인지는 논외로 하자.언론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면 잘못된 결과가 그대로 묻힐 뻔 했던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론 탓부터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한심한 행태다.
곱셈을 제대로 할 머리도,잘못을 떳떳이 밝히고 사과할 양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