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혁신의 '혁'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한다.

재경부의 경우 직원 10명 중 7명 꼴로 혁신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그 이유로는 정부의 보여주기 위한 혁신사업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러다가는 혁신이라는 용어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아예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말로 변질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스럽다.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혁신만 하면 뭐 하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혁신담당부서에서 혁신피로감을 조사해 방안을 마련한다지만 오히려 이런 조사 때문에 혁신피로감이 더 크다".이런 말이 공무원들 입에서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 이건 단순히 혁신피로감으로 진단하고 말 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된, 다시 말해 '혁신을 위한 혁신'이 되어버린 꼴이다.

지금의 이 기막힌 상황을 도대체 누가 초래한 것인가.

따지고 보면 이미 예고됐던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각종 전시적이고 이벤트성의 혁신,그리고 혁신에 대한 평가와 그 평가에 대한 평가 등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어느 새 절차와 평가가 혁신의 전부가 되다시피 했다.

오죽하면 평가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누구를 위해,무엇을 위해 혁신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그 철학과 원칙이 분명치 못했던 것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정부혁신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고객에 대한 서비스다.

그리고 여기서 고객은 바로 국민,기업 등 행정서비스의 수요자들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고객에게 미칠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직부터 확대하고 보자는 식으로 인원을 늘려왔다.

큰 정부에 대한 비판은 아예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정부를 혁신한다면 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만 남긴 채 다른 것은 민간으로 넘기거나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민영화는 기피 과제가 되어 버렸고,기업규제 완화도 말만 앞선 채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결국 핵심은 제쳐두고 형식적인 것들에 또는 변죽을 울리는 데만 온 에너지를 쏟은 꼴이 됐고,여기에 공무원들조차 지쳐버린 것이다.

정부혁신은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주장이다.

다음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혁신을 하려면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