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유치 본격화 3년… 충남 당진엔 무슨 일이] 현대제철의 힘 … 당진은 철강도시로 리모델링중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매년 100개이상 기업이전
인구도 3000~4000명씩 유입
20여社 '철강 클러스터' 형성
서울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충남 당진군 읍내는 여느 시골마을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로는 비좁고 구불구불했으며 군청을 중심으로 단층상가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현대제철 공장이 위치한 북동쪽으로 10여분간 도로를 달리자 주변 광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쭉 뻗은 4차로 양 옆으로 고층 아파트와 상가들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분양되는 족족 마감된다는 게 당진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분양된 H아파트는 2순위에서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100% 분양되는 경우는 아마 드물겁니다." 이 관계자는 "현대제철 등 규모가 큰 공장들이 입주하면서 당진에 아예 터를 잡고 정착하려는 이가 늘어나 아파트 수요가 많다"며 "하루 만에 분양이 끝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당진군에 분양을 마치고 입주 중이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만 해도 15개 단지,6741가구에 이른다.
충남 당진군이 젊은 철강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해마다 100개 이상의 기업이 이전하고 인구도 3000~4000명씩 유입되면서 군 전체가 거대한 산업도시로 리모델링되고 있다.
그 주역은 현대제철.이 회사는 2004년 10월 부도난 한보철강을 인수한 뒤 3년간 각고의 노력을 경주한 끝에 당진을 생동감이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3년간 당진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당진의 변화는 특히 인구 증가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2003년 11만명이었던 당진군의 인구는 3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며 올초 13만명을 돌파했다.
이젠 인구 15만명이 넘어야 될 수 있는 '시(市)' 승격까지 노리고 있다.
주거 여건도 좋아져 가족을 데리고 당진으로 아예 주소를 옮기는 근로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신승주 현대제철 당진공장 홍보팀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주변에서 아이들 바이올린을 가르칠 만한 선생님을 구할 수 없어 애를 태웠지만 지금은 동부제강 직원 아내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며 "최근 들어 고학력의 젊은 부부들이 직장을 따라 이사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소개했다.
당진군은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4~5년 뒤 인구가 20만명을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방세수도 2003년 285억원에서 올 8월 현재 552억원으로 껑충 뛰어 충남에서 손꼽히는 부자동네가 됐다.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송악면 복운리 일대의 공단 배후단지 상가는 퇴근시간이 되면 현대제철,동부제강 등 인근 철강업체 근로자들로 북적거린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보면 당진의 놀랄 만한 변신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인근 부여군은 면적이 624.6㎢로 당진(664.5㎢)과 유사하지만 인구는 7만8000명으로 절반 수준이다.
재정 자립도,지방세수는 각각 당진의 40%,33%에 불과하다.
당진에 비해 고령화 현상도 뚜렷하다.
0~40세 인구 비중은 43%로 당진보다 10%포인트 낮지만 40세 이상의 인구 비율은 10%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이 시골마을에서 활기찬 도시로 바뀐 것은 기업 유치 노력의 결과다.
당진군은 지난해 105개의 기업을 유치했지만 부여군은 8개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기업 유치가 지자체의 명암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현대제철을 비롯 20여개 기업이 형성한 '철강 클러스터'는 당진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당진에는 현대제철 외에도 현대하이스코,동부제강,동국제강 등 6개 대형 철강업체들이 둥지를 틀고 있으며,관련 협력업체만 94개에 달한다.
각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며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연산 800만t 규모의 열연·냉연·철근 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제철은 2011년까지 일관제철소 건설에 5조2400억원을 투입,세계 10위권의 제철소로 도약할 계획이다.
동국제강도 지난 3월 연간생산 150만t 규모의 후판 생산공장을 착공했으며 동부제강은 총 6200억원을 투자,연간 250만t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지 주민들은 "당진의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2011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가 본격 가동되면 당진이 울산,포항을 능가하는 기업도시가 될 것"이라고 꿈에 부풀어 있다.
철강전문가들도 2015년께면 당진의 조강능력이 1970만t을 기록해 포항,광양을 제치고 '국내 최대의 철강 메카'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당진=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