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전기로 제강업체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10월 명실상부한 종합제철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충남 당진에 연간 최대 8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에 착수한 것.2010년 고로 1호기에 이어 2011년 고로 2호기를 완공하게 되면 지난해 1000만t이었던 현대제철의 생산량은 단숨에 1850만t으로 늘어난다.

세계 10위 수준이다.

고로 방식의 제철소 건설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점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현대제철이 쓰고 있는 전기로 공법(고철을 전기로 녹이는 방식)으로는 원료인 철스크랩(고철)에 불순물이 많이 포함돼 있어 자동차용 강판 등 고품질의 철강 제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건설 자재로 쓰이는 철근이나 H형강 등 봉형강 제품이 대부분이다.

반면 고로(용광로) 공법을 이용하면 철광석이나 유연탄을 원재료로 해 순도가 높은 쇳물을 뽑아낸 다음 여기에 특정한 성분을 첨가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고품질 강판의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조선,자동차,가전 등 철강 수요가 큰 핵심산업의 경쟁력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은 이처럼 제품 및 생산성의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또한 막대하다.

일관제철소 완공에 따른 직접 고용효과는 4500명 수준에 달하고,제철소 건설과 운영에 따른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도 각각 9만3000여명과 7만8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제철소 건설 기간에 일관제철소와 관련된 직간접 생산 유발효과는 13조원에 이르고, 이후 제철소 운영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도 연간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해외 철강업체에 의존해 온 열연강판 등 고급 철강재의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원활한 수급을 통한 국내 수요산업의 경쟁력 배가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일관제철소가 정상 조업에 들어가면 고품질의 강판 생산을 통해 조선,기계,가전,자동차 등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1년 당진공장의 고로 1,2기를 완공한 후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조성되면 현대제철은 400만t 규모의 고로 1기를 추가로 도입,연산 1200만t 체제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제철의 전체 조강생산 능력은 2250만t으로 늘어나 세계 6위의 철강업체로 급부상하게 된다.

현대제철은 이를 위해 지난 2월 기술연구소인 '현대제철연구소'를 설립하고 일관제철소 완공 이전부터 고급 강판 제조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조선,기계,자동차 등 수요업계에서 핵심 부품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철강제품들이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철강재의 안정적 조달과 기능이 향상된 신강종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8년부터 상용화할 하이브리드(Hybrid)카의 경우 고강도 경량 강판 생산이 필수적이다.

이 연구소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차원에서 석·박사급 연구진 400여명을 유치해 조강생산과 열연강판 제조분야는 현대제철이,냉연강판 제조분야는 현대하이스코가,완성차 개발분야는 현대·기아차가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세스 단계별 연구개발'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제조업체와 수요업체 3사의 연구원들이 한 건물에서 호흡을 같이 하기 때문에 전 세계 일관제철소 사상 초유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제철은 또 현대차가 2005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자동차 리사이클링센터'와 연계, 현대차그룹 내에 '자원순환형 구조'도 형성할 예정이다.

자동차 개발에서 생산, 폐차 처리, 재활용 단계까지 아우르는 현대차의 프로세스와 현대제철의 생산시스템이 연계되면 현대차그룹 내에는 '쇳물(현대제철)-자동차용 냉연강판(현대하이스코)-자동차(현대·기아차)-폐차처리(현대차)-고철재활용(현대제철)'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사업구조가 구축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원순환형 사업구조 형성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친환경그룹으로 자리매김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