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패배 후 2주 동안 정치적 행보를 자제해 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일 국회 개회식 참석을 시작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지난달 20일 전당대회장에서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후 보름 만에 '여의도'로 복귀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후보 측으로부터 회동 제의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적당한 시점에 이 후보와 만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회동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또 임태희 후보 비서실장의 예방에 대해서는 "시간을 맞춰야겠는데 조만간이 될 수도 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전날 대구·경북 선대위 해단식에서 '할 일이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박 전 대표는 "(웃으면서) 왜요,제가 할 일이 없겠어요"라고 반문한 뒤 "국회일도 해야 하고 경선 치르고 난 뒷정리도 해야 하고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제는 국회가 열렸으니 활동을 다시 시작해야지요"라고 말했다.

정치활동을 재개하겠다는 공식적인 발언인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이 후보 측과 아직 앙금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신문에서 그렇게들 쓰데요"라며 비교적 가볍게 응수했다.

그러나 '경선 이후 (이 후보와의) 화합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잠시 머뭇거린 뒤 "대대적으로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자리를 피했다.

한편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를 놓고 참모들은 "통상적인 정치활동"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반면 이 후보 측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 측이 당권-대권 분리를 위한 '세(勢)'를 구축하지 않겠느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