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나 토너 등 프린터 소모품 시장을 잡기 위해 HP 삼성 엡손 등 정품업체와 재생 잉크업체가 쫓고 쫓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재생 잉크업체가 수년째 저가 공세로 시장에서 입지를 크게 넓히자 정품업체가 잉크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하고 나섰다.

여기에 맞서 재생업체는 최근 프린터 외부에 대용량 탱크를 부착해 잉크를 제공하는 재생 무한잉크까지 내놓아 맞짱을 뜨는 분위기다.

시장조사기관인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프린터 시장 규모는 7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프린터를 어느 정도 쓴 뒤 갈아 끼워야 하는 잉크나 토너 등 소모품 시장도 프린터 시장 규모와 맞먹는 연간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린터 값을 낮춰서 널리 보급하는 대신 소모품인 잉크나 토너 값을 비싸게 받아 수익성을 유지한다는 프린터 업체의 영업전략 때문에 소모품 시장이 급성장한 것.

소모품 시장에서 재생잉크업체는 저렴한 재생잉크를 공급,점유율 40% 이상을 파고들었다.

해외에서는 90% 이상이 정품 잉크를 사용하는 반면 국내 시장은 재생잉크 사용률이 매우 높아 프린터 업체들이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프린터업체들은 타개책으로 정품 잉크값 인하와 서비스 강화를 카드로 꺼내 들었다.

한국HP가 최근 7700원짜리 흑백 잉크(450페이지 출력)와 9900원짜리 컬러 잉크(400페이지 출력)를 사용할 수 있는 실속형 프린터 'HP900'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린터는 종전 80~90원이던 장당 출력 비용을 장당 평균 17원(흑백 기준)까지 낮춘 제품이다.

엡손코리아도 6900원과 9900원짜리 흑백 잉크 정품을 골라 쓸 수 있는 잉크젯복합기 'CX5505'를 출시했다.

서비스도 강화했다.

한국HP는 잉크를 살 때 적립한 포인트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도 오는 10월31일까지 정품 토너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OK캐쉬백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재생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장당 출력 비용이 평균 8~10원에 불과한 가격경쟁력에 최근에는 정품 못지않은 서비스까지 내놓았다.

재생잉크업체 잉크매니저는 직접 잉크를 주입하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를 고려해 잉크 방문 충전 서비스를 도입했다.

잉크테크는 자사 쇼핑몰에 잉크 충전 방법을 소개하는 동영상 서비스까지 추가했다.

네텐 무한잉크 등은 프린터 외부에 대용량 탱크를 부착해 잉크를 공급하는 재생 무한잉크 장치를 내놓았다.

가격도 정품에 비해 60%가량 저렴하다.

업계에서는 재생 무한잉크 시장이 연간 25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HP 관계자는 "단순히 가격만을 비교하기보다 재생잉크로 인한 프린터 성능 저하나 고장까지 고려하면 정품 사용이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