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발작엔 스테로이드 주사
각종 어지럼증에는 약물치료가 근본적인 치료수단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급성기에 발작 증상이 나타나거나 특별한 원인이 밝혀져 근본적인 치료를 하기 전에는 어쩔수 없이 약물치료에 의지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박홍주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도움말로 어지럼증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의 효과와 한계에 대해 알아본다.
◆약물 요법,메니에르병에 가장 효과 좋아=난청과 이명 어지럼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메니에르병은 약물치료에 비교적 좋은 반응을 나타낸다.
메니에르병은 내이의 내임파액(청각세포와 전정세포를 둘러싼 물)이 증가하거나 내이신경에 염증 또는 자가 면역반응이 생겨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저염식을 하고 탈수 효과가 약한 이뇨제(하이드로클로로치아자이드 아세타졸아미드 등)로 내임파액을 배출,내이의 압력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급성발작이 자주 발생하면 염증을 완화시키는 스테로이드나 청각·전정세포를 둔화시키는 겐타마이신을 주사하면 단기간 효과를 볼 수 있다.
겐타마이신은 이미 청력이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만 사용한다.
◆항콜린제 등으로 일반 어지럼증 치료= 머리를 움직일 때만 어지러운 양성 발작성 어지럼증은 이석 기관에서 이석(耳石)이 떨어져 나와 삼방고리로 들어갈 때 발생한다.
이석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머리를 전후 좌우로 조정하면 금세 나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로 고생한다면 이를 억제하는 약으로 증상을 완화시켜야 한다.
다른 원인에 의한 대부분의 어지럼증도 마찬가지다.
어지럼증을 완화하는 약으로는 항콜린제(스코폴라민 등),항히스타민제(메클리진 디멘하드리네이트 등),벤조디아핀계 진정제(클로나제팜 디아제팜 등) 등을 쓴다.
항콜린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과거의 운동자극에 대한 반응을 기억하는 아세틸콜린을 억제함으로써 어지럼증을 누그러뜨린다.
일종의 멀미약으로 어지럼증의 선제적 예방에 좋다.
항히스타민제는 이런 작용과 함께 뇌의 전정신경세포나 메스꺼움을 유발하는 부위에 영향을 미쳐 어지럼증을 가라앉히는데 증상이 발생한 후에도 효과적이다.
벤조디아제핀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억제해 어지럼증을 감소시키거나 멀미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들 약은 장기간 사용하면 의존성이 나타나며 갑자기 약물을 중단하면 어지럼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단기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지럼증에 반응해 균형을 잡으려는 중추신경계의 보상기전이 이런 약물의 장기 복용으로 훼손되기 때문이다.
항히스타민제의 일종이지만 작용원리가 다른 베타히스틴은 안구-전정반사 감소,내이로의 혈액공급 증가, 뇌의 보상기전 향상 등을 통해 어지럼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좋다.
유럽에서 많이 처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체중감량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뇌경색 뇌출혈 등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나타난 어지럼증에는 카르바마제핀 가바펜틴 바클로펜 같은 항경련제(간질약)가 쓰인다.
◆구토는 별도의 약물로 대응=항히스타민제나 항콜린제는 구토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지만 잘 듣지 않거나 어지럼증보다 구토가 심한 경우에는 항구토제를 따로 쓰는 게 좋다.
구토를 유발하는 뇌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억제하는 약이다.
도파민 억제제로는 메토클로프라마이드나 돔페리돈과 같은 약이 있다.
원인 불명의 기능성 소화불량에 흔히 쓰이는 약이기도 하다.
세로토닌 억제제는 항암제 치료시 구토를 억제할 목적으로 쓰이는데 온단세트론 등이 있다.
박 교수는 "어떤 원인에 의한 어지럼증이든 약물요법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며 "부작용과 의존성 등을 감안해 약물사용량을 점차 줄여가면서 재활치료나 근치적 치료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