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40일 이상 억류돼 있던 한국인 인질 19명이 석방 합의 이틀 만에 전원 풀려났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피랍자들에게 일부 책임을 묻는 정부의 '구상권(求償權)' 행사 문제가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구상권 행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 해결 과정에서 들어간 제반 비용을 피랍자와 샘물교회 측에 요구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30일 "그동안 정부가 쓴 비용을 피랍자 가족이나 교회 측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구상권 행사 여부를 묻은 질문에 "지금 그 얘기는 너무 빠른 것 같다.

아직 정부가 확정한 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관련 당사자들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져야겠지만 피랍자들이 안전하게 돌아온 뒤 생각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 당국자는 "실제 부담 원칙에 따라 정부가 납부한 피랍자들의 귀국 항공료와 시신 운구 비용,후송비용 등을 1차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샘물교회의 대언론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권혁수 장로도 "석방자들의 귀국 항공료와 희생자 2명의 운구비를 교회에서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석방 교섭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한 공무원들의 출장비용 등까지 구상권에 포함시킬지에 대해서는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를 계기로 해당 국민에게 책임을 물릴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기로 했으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과연 국민에게 물을 수 있느냐는 문제와 충돌한다.

한편 몸값 지불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탈레반이 지난 4월 외국인 인질을 석방하면서 몸값을 받았다는 흔적이 있는 데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번 석방 합의 며칠 전부터 한국 정부가 1인당 몸값으로 10만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도 30일 한국 정부가 탈레반에 인질 몸값으로 2000만파운드(약 378억원)를 건넸다는 소문이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한국 정부와 탈레반은 석방 합의 이후부터 몸값 지불설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