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중소기업 대상의 공공조달 시장에서 단체수의계약이 전면 폐지되고 '중기간 경쟁입찰'제도가 본격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입찰을 통한 공공구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기 간 경쟁 입찰 품목'시장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43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30일 발표한 '공공구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기업들이 올 상반기 공공기관으로부터 수주한 5070건 가운데 '중기간 경쟁 입찰' 방식으로 이뤄진 계약 건수는 222건(4.4%)에 불과했다.

오히려 중기간 경쟁 품목에서 낙찰자가 없어 예외적으로 대기업까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일반 경쟁 입찰' 건수가 399건(7.9%)으로 더 많았다. 전체 수주 건수의 절반가량인 2392건(47.2%)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고 1534건(30.3%)은 조달청의 '다수공급자계약(MAS)'으로 수주됐다.

정부는 공공조달시장에 시장원리를 도입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올해부터 공공기관들이 기존 단체수의계약 물품 등 226개 품목을 중소기업들만 참여할 수 있는 '경쟁 입찰'로만 구매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처럼 '중기간 경쟁 품목' 조달시장에서 '경쟁 입찰'을 통한 구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일선 공공구매기관에서 행정적으로 복잡하고 까다로운 경쟁 방식보다는 손쉬운 수의계약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기관은 국가계약법상 5000만원 이하,지방자치단체 계약법상 3000만원 이하의 소액 구매 등 각종 법령상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는 예외 조항들을 활용하고 있다.

'다수공급자계약(MAS)'도 공공기관이 조달청 공공구매사이트인 '나라장터'에 등록된 업체들 중 한 곳을 일방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의계약에 가까운 구매제도다.

박해철 중소기업중앙회 공공구매팀장은 "대부분의 중기 간 경쟁 품목에서 '경쟁 입찰'을 통한 제품 경쟁보다는 수의계약을 따내기 위한 영업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영업력이 뛰어난 일부 업체들이 조달시장을 '싹쓸이'하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 업체 중 133개사(30.9%)는 올 상반기에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반면 22개사(6%)는 50건 이상을 수주했다. 이들 22개사의 수주 건수는 전체의 57.9%에 달했다.

박 팀장은 "공공기관이 수시로 소액을 구매해야 되고 기술경쟁이 필요하지 않는 물품까지 일괄적으로 '경쟁 입찰' 품목으로 지정한 것이 문제"라며 "다수의 영세기업들이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중기간 경쟁입찰' 중심의 신 공공구매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